BTS 광화문 컴백 공연, 설레는 세계 VS 논란 속 광화문

김태현 기자 2026. 3. 2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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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BTS가 광화문광장을 세계의 무대로 만든 그 순간, 서울 한복판에서는 강제 연차·집회 제한·현판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동시에 불붙었다. 축제의 환호와 시민의 불편이 겹치면서 한국 사회가 오랜 질문들도 함께 소환했다.

[우먼센스] 21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위에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이 새겨진다. 군 복무를 마친 일곱 멤버가 완전체로 뭉쳐 정규 5집 '아리랑'을 세상에 내놓는 자리다. 전 세계 팬들이 넷플릭스 생중계 화면 앞에 모여 앉을 것이고, 수천만 명이 같은 순간 같은 무대를 바라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글로벌 시선이 서울 한복판으로 쏠리는 동안, 정작 광화문을 삶의 터전으로 두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크고 작은 불편함과 논쟁이 겹겹이 쌓여가고 있다.

사진=빅히트뮤직

6년 만의 완전체, '아리랑'으로 돌아오다

방탄소년단이 돌아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다. 멤버들은 각자의 군 복무를 차례로 마쳤고, 일곱 명 모두가 다시 한자리에 모인 것은 2019년 월드 투어 이후 약 6년 5개월 만이다. 이번 BTS 복귀는 팬들에게는 기다림의 끝이었고, 음악 산업 전체에는 하나의 사건이될 예정이다. 

완전체 귀환과 함께 발표된 정규 5집의 제목은 '아리랑(ARIRANG)'이다. 3월 20일 오후 1시 공개되는 이 앨범은 방시혁 의장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으며, 방탄소년단 일곱 멤버의 정체성과 오랜 공백기 동안 쌓인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앨범명으로 '아리랑'을 택한 데는 멤버들의 진솔한 고민이 담겨 있다. RM은 "저희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을 상징하는 무언가가 함께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아리랑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고 밝혔다. 제이홉은 "가장 진짜 우리답고 우리 뿌리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리랑이 품은 그리움과 아련함, 삶의 희로애락이 군 복무를 거쳐 다시 무대에 서는 이들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이 컴백 무대로 선택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광화문광장은 수십 년간 시민들의 자발적 집회와 국가적 응원의 현장이 되어온, 한국의 정체성과 가장 가까운 열린 공간이다. 소속사 하이브는 'K-헤리티지와 K-POP의 융합'을 공연의 방향으로 내세웠으며, 이 장소에서 특정 아티스트가 단독 무대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연 당일 BTS 멤버들은 경복궁 근정문에서 출발해 흥례문,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을 걸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광화문을 시작으로, 세계 23개국 82회를 달린다

광화문 공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4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BTS 월드 투어 아리랑(BTS WORLD TOUR ARIRANG)'이 본격 개막한다. 

사진=BTS 유튜브

일본·북미·유럽·남미·동남아시아·호주를 거쳐 2027년까지 이어지는 이 투어는 총 23개국 82회 공연으로, K팝 역사상 단일 투어 최다 회차 기록이다.

규모만큼이나 기록도 줄을 잇는다. 멕시코시티 3회 공연 15만 장은 예매 시작 37분 만에 동났고, 스탠퍼드 스타디움 단독 공연은 K-POP 그룹 최초다. 북미·유럽 41회 전 회차가 멤버십 선예매 단계에서 매진됐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티켓 판매와 굿즈 등을 합산한 투어 전체 수익이 10억 달러(약 1조 4,500억 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추가 공연 배정을 공식 서한으로 요청하는 전례 없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세계적 열기가 서울 한복판으로 집중되는 만큼, 광화문 안팎의 긴장도 그만큼 높아졌다. 그 긴장이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곳은 뜻밖에도 인근 회사 직원들의 단톡방이었다.

직장인들 '강제 연차' 몸살…"휴가권은 내가 결정해야"

공연장 인근 기업들 사이에서 직원들에게 특정 날짜의 연차 사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단법인 직장갑질119에는 "갑작스럽게 금요일 오후 반차를 쓰라는 공지를 받았다", "공연 당일 아예 출근하지 말라는 연락이 왔다" 등의 제보가 잇따랐다고 한다. 교통 통제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임시 휴업을 결정한 사업장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노동자의 연차로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탄소년단(BTS) 공연을 이틀 앞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미디어폴에 BTS와 팬클럽 아미를 환영하는 메시지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박은숙(이오이미지)

직장갑질119는 연차 사용 시기는 근로자가 정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기본 취지이며, 회사가 특정 날짜를 일괄 지정하는 방식은 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토요일 근무자에게 출근 금지를 통보한 경우라면 휴업수당 지급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프리랜서처럼 이런 권리조차 주장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이 사각지대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공연 지원 차출을 둘러싼 의견이 갈리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는 "민간 기업이 주최하는 행사에 공공 인력이 동원되는 것이 맞느냐"는 원칙론을 제기하며 "무급 노동이나 다름없다"는 불만을 표한다. "적어도 초과근무 수당이나 대체휴가라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나오고 있다.

반면 자발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힌 직원들도 상당수라는 점은 이 문제를 단순하게 가를 수 없게 만든다. 같은 차출 상황을 놓고 '무급 동원'으로 받아들이는 시각과 '근무 겸 관람의 기회'로 여기는 시각도 공존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희망자를 중심으로 인원을 구성했다면 논란 자체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광화문(光化門)' 현판에 한글을 달자…역사 훼손 VS 정체성 강조

공연을 계기로 오랜 논쟁 하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자는 주장이다. BTS의 무대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만큼, 한자로 새겨진 현판 대신 한글을 전면에 내세워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더욱 뚜렷이 드러낼 수 있다는 논리다. 일각에서는 공연 당일만이라도 한글 현판을 임시로 내걸어보자는 절충안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주무 기관인 국가유산청은 특정 이벤트를 명분 삼아 현판을 임의로 교체하는 것은 문화재 관리 원칙과 맞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광화문에는 2023년부터 '중건 당시 원형 복원' 원칙에 따라 제작한 검은 바탕 금박 한자 현판이 자리 잡고 있다.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조물은 시대 분위기나 일회성 행사와 구별해서 다뤄야 한다는 반론도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기존 현판을 유지한 채 한글 현판을 추가로 병기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여지가 있으며, 국가유산청도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이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이 붉게 물든 밤…"왜 하필 빨간색"

현판의 글자에 이어, 색깔도 논란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공연을 앞두고 남산 서울타워, 롯데월드타워, 청계천, 세빛섬 등 서울 주요 랜드마크 15곳이 일제히 붉은 조명으로 물들자, 온라인에서는 정치적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야당의 상징색과 같은 붉은색이 서울 곳곳을 수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현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것도 이런 추측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앞에 도로통제 안내판이 설치 되어 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또한 BTS의 팀 상징색은 보라색이다. 그렇다면 이번엔 왜 붉은색인가. 소속사 빅히트뮤직의 모회사 하이브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붉은 조명이 정규 5집 '아리랑'의 핵심 앨범 컬러를 적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앨범 로고 역시 붉은색으로 디자인돼 있으며, 서울시도 하이브의 요청에 따라 해당 색상을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는 "대중문화 행사를 과도하게 정치적 시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며 논란을 일단락 지으려 했지만, 공연 전날까지 온라인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26만 인파 앞에 놓인 안전 과제…경찰 1만 4,700명 총동원

공연 당일 광화문 일대에는 역대급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측된다. 경찰은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중이 집결할 것으로 보고, 공연 무대 주변에 인파 관리선을 설정해 약 10만 명만 입장할 수 있도록 통제할 방침이다. 그 바깥 구역까지 더하면 숭례문 방향까지 총 26만 명에 달하는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경찰·소방·자치구·주최 측 스태프까지 모두 합쳐 총 1만 4,700명 이상을 현장에 배치하는 초대형 안전망을 구축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남긴 교훈이 이번 대응 체계 전반에 깊이 반영된 결과다. 공연이 열리는 시간대에는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 다수가 통과 운행으로 전환되며, 핵심 도로 구간은 전날부터 다음 날까지 33시간가량 일반 차량 진입이 차단된다. 

관람 구역 안으로 들어서려는 이들은 금속탐지기를 통한 소지품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방대한 통제가 안전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범위인지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관람 구역 안으로 들어서려는 이들은 금속탐지기를 통한 소지품 확인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방대한 통제가 안전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범위인지 묻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용은 시민이, 수익은 누가"

광화문광장은 공공 공간이다. 그 공간을 무대로 넷플릭스 생중계 계약이 체결됐고, BTS에게 제공되는 중계권료만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은 소속사와 플랫폼이 갖는 셈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무대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반면 공연 당일 현장에 투입되는 경찰 6,500여 명과 최신 장비 5,400여 점, 소방·구급차 99대의 운용 비용은 고스란히 공공 예산에서 나온다. 총 1만 4,700명에 달하는 대응 인력 가운데 하이브가 자체 부담하는 인원은 4,800명이다. 나머지 약 1만 명은 세금으로 움직이는 공무원과 공공 인력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광화문 광장을 임대했으면 임대료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100억짜리 중계 수익을 올리는 공연의 경호를 왜 국민 세금으로 대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공연으로 인한 주변 상권 활성화와 관광 수요, 그에 따른 세수 증가를 종합적인 편익으로 제시하지만, 직접 수익과 간접 편익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공 공간을 활용한 대형 민간 행사에 대해 수익 배분이나 공공 기여 방식을 사전에 명문화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번 공연을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공권력은 안전을 지키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았다.

집회도 멈췄다…"기본권까지 제한하는 건 과도"

공연 전후 약 엿새에 걸쳐 인근에 집회 신고를 낸 시민단체들이 경찰로부터 제한 통고를 받았다. 예정된 집회 장소를 옮기거나 행진 경로를 대폭 축소한 단체가 속출했고, 매주 이어온 정기 집회를 포기하거나 장소 선정에 고심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경찰과 서울시가 내세운 논거는 인파 밀집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이었지만, 일주일 가까이 집회를 통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발도 거세다. 

과거 BTS 팬이었다는 광화문 인근 거주자 강 아무개 씨는 "BTS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컴백이 반갑지 않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공연 날짜가 다가올수록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평소에 다니던 길목에 펜스가 하나둘 들어서고 있다. 팬으로서가 아니라 여기 사는 사람으로서 보면 솔직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상권은 기대감, 시민은 혼란…빛과 그림자 공존

광화문 인근 상권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냉면 무료 증정, 보라색 아이템 착용 고객 할인, 영업시간 연장 등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됐으며, 서울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 수요도 이미 급증하고 있다. 경제 분석가들은 BTS 공연 한 차례가 수조 원 규모의 경제 파급 효과를 낸다고 분석한다.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컴백 공연을 앞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외국인관광객이 BTS 컴백 공연 관련 래핑 광고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반면 광화문 인근에 거주하거나 일하는 시민들 일부는 교통 혼잡, 불심 검문, 물류 지연, 집회 제한 등 현실적인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택배 서비스 지연 안내를 받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온라인 곳곳에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연 이후 BTS 안티가 느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BTS의 귀환이 문화적 이정표로 기록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그 이정표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팬인지, 직장인인지, 아니면 살고 있는 사람인지에 따라 같은 날이 전혀 다르게 기억될 수도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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