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반까지 금리인하 없다” 뉴욕증시↓…유가 진정에 낙폭 축소[월스트리트in]
파월 경고에 시장 충격…“금리 동결 장기화” 시나리오 부상
호르무즈 완화 기대·네타냐후 발언에 유가 꺾이며 낙폭 축소
美, 이란 원유 제재 완화 카드 검토…에너지 정책 전환 조짐
트리플 위칭 앞두고 변동성 확대…월가 “조기 종전 베팅 위험...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뉴욕증시가 중동 전쟁 충격과 ‘금리 장기 동결 또는 인상’ 우려가 겹치며 이틀 연속 하락했다. 다만 장 막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꺾이고 전쟁 조기 종결 기대가 일부 부각되면서 낙폭은 상당 부분 축소됐다. 시장은 ‘전쟁 완화 시나리오’와 ‘인플레이션 재확산→금리 고착화’라는 상반된 흐름 사이에서 방향성을 탐색하는 모습이다.

전쟁 완화 기대 → 유가 하락 → 낙폭 축소
이날 시장의 핵심 변수는 단연 국제유가였다. 장 초반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브렌트유 5월물도 1%대 하락하면서 10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19% 내린 96.14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협력해 해협 개방을 지원하고 있다는 발언이 나오면서 최악의 공급 차질 시나리오가 일부 완화된 것이다.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은 더 이상 우라늄 농축과 탄도미사일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전쟁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언급한 점이 시장 반등의 결정적 트리거로 작용했다. 전쟁 조기 종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그동안 가격에 반영됐던 ‘에너지 리스크 프리미엄’이 일부 되돌려졌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스콧 렌은 “단기 시장 움직임은 전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 열리느냐에 달려 있다”며 “수개월이 아니라 수주 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약 3주째 이어진 전쟁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원유뿐 아니라 휘발유, 항공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실물경제로의 파급도 본격화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취사용 가스 부족으로 충돌이 발생했고, 농업용 디젤과 비료 가격 상승 우려도 확산되는 등 공급 충격이 전방위로 번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결국 “유가가 얼마나 오래 높은 수준을 유지하느냐”가 핵심 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몬티스 파이낸셜의 데니스 폴머는 “현재 시장 변동성의 본질은 유가 지속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증시 하락 원인의 또 다른 축은 통화정책이다. 시장은 이제 단순히 ‘금리 인하 지연’이 아니라, ‘장기 금리 고착화 또는 금리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트럼프플레이션(트럼프+인플레이션)’이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을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전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제롬 파월 의장은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지 않을 경우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면서 시장 기대를 일정 부분 되돌렸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추가 긴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가능성도 이번 회의와 지난 회의에서 논의됐다”면서도 “대다수 참가자들은 이를 기본 시나리오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은 어떤 옵션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2027년 중반 이전까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시나리오까지 반영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연내 인하 기대’가 사실상 붕괴됐음을 의미한다.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4~6% 가량 반영하고 있다.
호라이즌 인베스트먼트의 마이크 딕슨은 “시장은 파월과 주요 중앙은행 메시지를 소화하면서 이번 사태를 ‘실질적인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란은행(BOE)과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금리를 동결하면서 중동 전쟁이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동시에 ‘긴축 유지’ 쪽으로 기울고 있는 셈이다.
채권시장 역시 크게 흔들렸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상승했다가 이후 일부 하락하는 등 변동성을 보였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이날도 5.2bp(1bp=0.01%포인트) 급등하며 3.795%까지 치솟았다.
베선트 “이란 원유 제재 완화 검토”…에너지 정책 ‘유턴’
국제유가가 치솟고 생활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정부도 유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란산 원유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오랜 기간 유지돼 온 대이란 에너지 제재 정책의 사실상 ‘유턴’으로 평가된다.
백악관 역시 원유·가스 수출 제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으며 공급 확대 의지를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산 원유 유통 허용 확대 움직임까지 감지되며, 글로벌 공급을 늘리기 위한 ‘총동원 전략’이 가동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증시에서는 대형 기술주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이날도 대형 기술주들은 대부분 하락했다. 엔비디아(-1.02%), 알파벳(-0.19%), 애플(-0.39%), 마이크로소프트(-0.71%), 아마존(-0.52%). 메타(-1.46%), 테슬라(-3.18%) 등이 하락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시스템 관련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
마이크론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가이던스로 3.8% 하락했다. AI 수요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반도체주에 대한 밸류에이션 부담이 재부각되는 모습이다.
S&P500 11개 업종 중 8개가 하락했고, 특히 소재·소비재 섹터 낙폭이 컸다. 시장 전반적으로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1.4배 많은 등 투자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또한 S&P500과 나스닥, 다우지수 모두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에서 거래되며 기술적 약세 흐름도 확인됐다. S&P500은 올해 들어 3% 이상 하락하며 4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변수도 부담이다. 20일 약 5조7000억달러 규모 옵션이 동시에 만기를 맞는 ‘트리플 위칭’을 앞두고 있어 변동성이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월가에서는 전쟁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석이 늘고 있다. JP모건의 두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는 “전쟁이 빠르게 끝날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위험한 베팅”이라며 “유가 급등은 결국 기업 마진과 소비를 압박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 글로벌자산운용의 울리케 호프만-부르차르디 역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덜 악화되는 시나리오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최근 전개는 그 가능성을 좁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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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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