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하천 추락사, 법원이 바로잡은 ‘출퇴근 재해’ [세상에 이런 법이]
그날 A의 퇴근길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언제나 그랬듯 본인의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서 늘 지나던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도로 옆에는 6m 깊이의 하천이 흐르고 있었고 추락을 방지하는 가드레일은 없었다. 차량이 하천으로 추락해도 며칠간 발견되지 않을 정도로 인적이 드문 도로였다.
불행하게도 그런 사고가 실제 발생했다. 운전 중이던 A에게 어떠한 사정이 생겼던 것 같다. 자동차가 도로를 벗어나 하천으로 떨어졌고, 그는 이틀 뒤가 되어서야 침수된 차 안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이미 사체가 물속에서 많이 부패해 A가 정확히 언제, 어떻게 사망하였는지는 밝힐 수 없게 되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노동자가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하면 이를 ‘출퇴근 재해’라고 인정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게 했다(법 제37조 제1항 제3호). A의 사망은 밝혀진 사실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출퇴근 재해였다.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퇴근하던 중 발생한 자동차 추락 사고로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기이하게도 ‘밝힐 수 없는’ 사실, 즉 A의 구체적인 사망 원인에 집착했다. 심지어 그 사인을 무리하게 추정하고 단정하며 사건을 재구성한 후,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운전 중이던 A에게 개인 질환에 불과한 심장질환이 발생해 사망했으니, 산재보상을 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이 사건은 근로복지공단 본부의 재심사와 고용노동부 재결 절차까지 거쳤으나, 모두 같은 판단을 했다.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없게 된 사인을 함부로 추정해서 사실로 재단한 것도 놀라웠지만, 그렇게 재단된 사실(즉 심장질환이라는 사인)과 자동차 추락 사고의 연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도 매우 놀라웠다.
수많은 산재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이따금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상을 최대한 ‘해주지 않으려고’ 운영되는 조직인가 싶을 때가 있다. 이 사건에서 그랬다. 대체 왜 이렇게까지 애쓰는 걸까.

“건강 문제 있어도 출퇴근 재해 해당한다”
다행히 법원은 1·2심 모두 근로복지공단의 이러한 판단이 위법하다고 했다. 판결 내용 중에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출퇴근 재해 제도의 입법 취지가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통상적인 위험에 대하여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보장하려는 데” 있음을 밝히며, 이 사건 퇴근 경로의 장소적 특징들(도로 옆 하천, 가드레일 없음 등)과 그에 따른 구조 및 치료 지연 문제도 그 통상적 위험의 판단 자료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의 이 사건 불승인 처분에는 ‘운전 중이던 노동자에게 개인적인 건강 문제가 발생하여 교통사고가 났다면 출퇴근 재해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는데, 법원은 이를 명확히 타파했다. 법이 노동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행위”에 따른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음을 지적하며(법 제37조 제2항),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는 요건에 해당하면 운전 중 건강 문제가 발생하여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해도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를 일률적으로 출퇴근 재해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결과적으로 근로자의 건강 문제를 고의나 범죄행위에 준하는 사유로 평가하는 것이 되어 부당하다”라고 한 것이다.
확정된 판례는 곧 법률 해석의 지침이 된다. 그래서 이 사건에서 나온 판결은 다른 유사 사건에서도 노동자에게 유리한 해석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A의 안타까운 사망을 개인 질병 탓으로 돌리려 했던 근로복지공단과 노동부의 무리하고 무도한 처분이 역설적으로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힘이 되는 법리를 낳은 셈이다. 물론, 오롯이 유족 측이 치열하게 싸워서 얻어낸 성과다. 근로복지공단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하고 반성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임자운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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