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10달러 장기화 시 한국도 3분기부터 금리 인상 압력” 경고

신지민 기자 2026. 3. 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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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상당 기간 머물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유가가 110달러 선에서 상당 기간 머물고 여기에 환율 충격까지 겹치면 분기 기준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 수 있어 한국은행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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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산 원유 69% 의존…에너지 수입 구조 ‘취약’
“호르무즈 봉쇄 세달 지속 시 유가 170달러 전망
유가 110달러 지속 시 물가 3%·금리 인상 가능성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가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지민 기자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상당 기간 머물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분기 기준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며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효성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에서 “국내 물가와 통화정책 경로는 유가 수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원유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 데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헬륨 가스 역시 카타르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가격 상승이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중동 분쟁을 “군사 충돌을 넘어 석유 시설과 항만 같은 경제적 가치가 큰 인프라를 겨냥한 전쟁”이라고 짚으며 핵심 변수는 전쟁의 강도가 아닌 지속 기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공급 차질보다 봉쇄 장기화 우려와 금융시장 불안 심리가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 전체 에너지 공급의 약 15%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전쟁 전 배럴당 60~7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현재 110달러 선까지 상승했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해협 봉쇄가 한 달 이어지면 110달러, 두 달이면 140달러, 석 달이면 17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긴장 완화 속 저강도 충돌이 이어지며 유가가 80달러대로 내려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유가 수준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80달러대로 진정될 경우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이 기존 2.1% 예상에서 2.3% 수준으로 높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경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2.5%를 연말까지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유가가 110달러 선에서 상당 기간 머물고 여기에 환율 충격까지 겹치면 분기 기준 물가상승률이 3%를 웃돌 수 있어 한국은행이 3분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 또한 1500선을 넘어섰다.

알리이자디-나자파바디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호르무즈 위기 긴급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지민 기자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반도체 업계가 공정용 헬륨 가스의 60~70%를 카타르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전쟁 장기화로 헬륨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 생산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2.2%를 유지하면서도, 이는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견조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덧붙였다.

발표자들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알리이자디-나자파바디 아시아태평양(APAC) 총괄은 “비축분이 당장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분쟁이 길어지면 한국도 결국 부족 문제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원유의 69%, 액화천연가스(LNG)의 19%를 중동에 의존한 데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를 웃돈다.

다만 국내 증시에서는 충격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임유석 블룸버그 마켓스페셜리스트는 “과거 지정학 충격 국면에서 원유와 변동성지수(VIX), 금 가격이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뒤 2~3개월 안에 되돌림이 나타난 사례가 많았다”며 “한국 시장은 미국보다 변동성에 더 민감한 고베타 시장이지만 이번 국면에서 공포가 과도하게 확산한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jimn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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