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수백억 ‘잠깐 묶을 돈’ 어디에…파킹통장 금리 경쟁 불붙었다

김태림 2026. 3. 2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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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 모습. 사진=임형택 한국경제신문 기자

# 한 중견 출판사는 최근 수십억원 규모의 유동자금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베스트셀러 인세 정산과 신간 제작비를 대비해 쌓아둔 돈이지만 당장 집행 일정이 밀리면서 한동안 ‘묶어둘’ 상황이 된 것이다. 이 회사 재무 담당자는 “그냥 두기엔 아깝고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하기도 부담스럽다”며 “예금자보호 한도를 고려해 자금을 나눠 넣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스피 상승기에 주식시장으로 쏠렸던 자금이 다시 방향을 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 리스크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관망에 들어가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자금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 틈을 타 저축은행들은 파킹통장과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끌어올리며 단기자금 유치에 다시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 최고 연 7%까지

파킹통장은 차를 잠시 주차(파킹)하듯 짧은 기간 돈을 맡겨두면서도 필요할 때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 상품을 말한다.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붙고, 일반 입출금 통장보다 금리를 높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저축은행 파킹통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앞세운다. 이 가운데 OK저축은행은 최고 연 7% 금리를 내건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OK저축은행이 지난 3월 4일 다날과 함께 출시한 ‘OK x 다날다모음통장’은 우대금리를 모두 충족할 경우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이 우대금리는 5000만원 이하 구간에 한해 적용한다.

금리 구조는 예치 금액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50만원 이하 구간에는 연 5.0%의 금리를, 50만원 초과 500만원 이하 구간은 연 0.8%, 5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구간은 연 0.1% 수준이다. 5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연 1.0% 금리를 적용한다. 이 상품은 다날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앱) ‘다모음’과 연동해 선불충전금에 이자를 제공하는 구조다. 다날 앱을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다. OK저축은행 보통예금을 보유하지 않은 개인 고객이 대상이다.

‘OK짠테크통장Ⅱ’는 50만원 이하 잔액에 연 5% 금리를 적용한다. 간편결제 계좌 등록과 마케팅 동의 등을 충족하면 최고 연 7%까지 받을 수 있다.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우대금리를 적용하지 않는다.

이 밖에도 OK저축은행은 ‘OK피너츠공모파킹통장’, ‘OK읏맨 서포터즈통장’ 등에서 최고 연 7% 금리를 내세우며 단기 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다음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애큐온저축은행의 ‘머니모으기’다. 최고 연 5% 금리를 제공한다. 모바일 전용 상품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운 동시에 가입자가 스스로 정한 목표 금액과 기간을 달성하면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구조다. 도전 금액은 계좌당 1만원부터 200만원까지 설정할 수 있다. 계좌 합산 기준 최대 1000만원까지 가능하다. 도전 기간은 최소 4주에서 최대 26주까지 1주 단위로 정할 수 있다.

기본 금리는 연 2%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연 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설정한 목표 금액을 기간 내 달성하면 연 2%포인트를 추가 적용한다. 모바일 앱 출석 체크 꿈콩이 응원하기(연 1%포인트)와 마케팅 정보 수신 동의(연 0.5%포인트) 중 하나를 선택해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DB저축은행은 지난 3월 4일 신규 모바일 고객을 대상으로 최고 연 3.5% 금리를 제공하는 ‘DB행복파킹통장’을 출시했다. 금리는 예치 금액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500만원 이하 금액에는 기본금리 연 2.3%에 신규가입 및 마케팅 동의 등을 통한 우대금리를 더한다. 최고 연 3.5%다. 500만원 초과 3000만원 이하 구간은 최고 연 2.7%, 3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액에는 최고 연 2.0% 금리를 제공한다. 가입 대상은 만 19세 이상 개인으로 1인 1계좌까지 개설할 수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3월 5일 ‘웰컴주거래통장’의 최고 금리를 기존 연 2.8%에서 3.0%로 인상했다. 기본 금리 연 0.8%에 급여·생활비 이체(100만원 이상), 자동납부 1건 이상, 간편결제·체크카드 사용(10만원 이상) 등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연 3.0%를 적용받는 식이다. 예치금 잔액 1억원까지 최고 금리를 적용해 한도를 높인 점이 특징이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지난 2월 ‘고수익자유예금’ 상품의 금리를 기존 연 0.8%에서 연 2.8%로 대폭 올려 판매하고 있다. 별도의 우대 조건 없이 모든 가입 고객에게 동일한 금리를 적용한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1금융권도 가세

1금융권도 고금리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SC제일은행의 ‘스마트박스통장’은 최대 연 5%의 금리를 지급한다. 이 통장은 매일 계좌 잔액을 절반으로 나눠 ‘스마트박스’와 ‘기본박스’로 구분한 뒤 각각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구조다. 스마트박스에는 조건에 따라 연 3~5% 수준의 금리를 적용한다. 나머지 절반인 기본박스에는 연 0.3% 금리가 붙는다. 이자 지급 방식도 구간별로 달라 스마트박스는 일복리, 기본박스는 월복리로 계산한다. 다만 금리 혜택은 스마트박스 잔액이 100만원 이상일 때 적용한다. 최대 금액 한도는 없다. 
 
KB국민은행이 삼성금융네트웍스의 통합 플랫폼 ‘모니모’와 협업해 선보인 ‘모니모 KB 매일이자 통장’은 잔액 200만원까지 최고 연 4.0% 금리를 제공한다. 1년간 적용하는 특별 우대금리 연 2.9%에 자동이체 등록 등 조건을 충족할 경우 최대 연 0.6%를 추가 제공한다. 다만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위해선 모니모 앱 이용이 필요하다. 한정 판매 방식으로 출시된 이 상품은 총 102만5000좌 규모로 공급한다. 1차 판매분 22만5000좌가 완판된데 이어 80만좌 추가 물량도 빠르게 소진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경남은행의 BNK 공공 드림 통장, 우리은행의 Npay 머니 우리 통장, IBK기업은행의 나라사랑머니박스 등이 최고 연 4%의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권은 정기예금 금리도 3%대에 근접한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최근 대표 정기예금 1년 만기 최고금리를 2.8~2.95% 수준으로 인상했다. 지난 2월보다 0.05~0.1%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3월 16일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3.11%로 집계됐다. 한 달 전(3.01%)보다 0.1%포인트 올랐다.

돋보기
‘머니무브’ 시대, 묶이지 않는 돈 어디로

코스피 랠리에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예금에 머물던 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자금은 시중은행으로 이동하고 수익을 노리는 자금은 증시로 향하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98조9787억원으로 한 달 사이 1조6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시중 자금의 성격 변화와도 맞물린다. 광의통화(M2)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자금은 정기예금보다 수시입출식 계좌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상품에 머무는 경향이 뚜렷하다. 투자 기회를 보며 언제든 이동할 수 있는 ‘대기 자금’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사들은 금리를 끌어올리거나 파킹통장 상품을 강화하며 단기 자금 붙잡기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이런 금리 경쟁이 실제 수신 확대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증시가 반등할 경우 대기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저축은행은 금리 외 차별화 수단이 제한적인 만큼 자금 유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정다운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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