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인근서 결혼식 하는데 울화통”···시민 불편·상인 피해 BTS 컴백 ‘비싼’ 무료 공연
투입되는 경찰은 ‘공공 지출’…무료지만 공연 무관한 다수에겐 ‘비용’

“한 번뿐인 결혼식인데 정말 울화통이 터지죠.”
오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결혼식을 하는 손모씨(36)는 예식을 이틀 앞둔 19일“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결혼식 당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으로 결혼식장 인근 지하철역에 지하철이 서지 않고 시내버스는 우회하는 등 사실상 대중교통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공연으로 인한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손씨는 공연 주최 측인 하이브나 서울시, 경찰로부터 어떤 안내나 협조 요청을 받지 못했다. 손씨는 “부모님이 뉴스를 보고 놀라 연락하셔서 그제야 알게 됐다”며 “예식장 측은 ‘예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대가 혼잡할 수 있다’는 정도로만 안내했다”고 말했다. 손씨는 “예식장을 고른 가장 큰 이유가 교통 편의성이었는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수천만원을 들여 준비한 결혼식인데, 저희 결혼은 아무것도 아니고 BTS는 대단하니까 괜찮은 건가”라고 말했다. 손씨는 공연 주최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생각도 하고 있다.

BTS 공연을 앞두고 광화문 일대에 통제·제한 조치가 잇따르면서 결혼식 등 행사를 치르지 않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티켓값만 안 받으면 무료냐. 시민 불편이 사실상 비용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광화문광장 일대는 지난 16일부터 무대 설치를 위해 통행이 제한됐다. 지난 18일 현장에서 만난 유덕오씨(68)는 “자주 다니는 길인데 막아놓고 우회로 안내도 부족해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공연 당일에는 통제 대상, 범위가 확대된다. 종로 일대는 택배 배송이 제한되고, 경복궁과 세종문화회관 등 주요 시설, 인근 미술관·도서관이 문을 닫는다. 광화문역, 종각역, 시청역 등 서울 시내 17개 지하철역 물품보관소도 전면 폐쇄된다. 광장 인근 31개 빌딩 출입 역시 통제된다. 이로 인해 일부 직장인들이 연차 사용을 권고받거나 예정된 근무를 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교통 통제에 따른 혼선도 우려된다. 공연을 관람하려는 시민도 걱정이 크다. 김모씨(49)는 “팬이라 예매 대기까지 했지만 당일 혼잡이 걱정돼 포기했다”고 했고, 최유리씨(27)는 “티켓팅에 성공했지만 이동이 어려울 것 같고 안전도 걱정돼 결국 표를 취소했다”고 말했다. SNS에서도 “공연이 밤 8시인데 낮 2~3시에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면 어떻게 가라는 건지?”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티켓값만 받지 않을 뿐, 사실상 ‘공공 비용’으로 치르는 공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연 당일에만 경찰관만 약 6500명이 안전 관리 등에 동원되는데 공연을 주최하는 하이브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대규모 민간 행사에 투입된 경찰 비용을 주최 측에 청구할 근거가 없다. 행사 안전 관리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지역 경찰 인력이 차출되면서 일선 지구대·파출소의 치안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공연장 일대 집회가 제한되면서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 16일부터 공연 당일인 오는 21일까지 광화문 일대 집회를 신고한 시민단체들에 ‘제한 통고’를 내렸다. ‘돌봄노동자대회’ 행진이 취소됐고, 매주 열리던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시위’도 자제 요청을 받았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광화문광장은 공공의 공간이며 집회의 권리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보장돼야 한다”며 “민간 공연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 경찰이 시민 권리를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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