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돌아본 ‘국대 4번타자’ 안현민 “성취감 뒤 찾아온 허무함 컸지만..큰 도움 될 경험”

[뉴스엔 안형준 기자]
안현민이 WBC 무대를 돌아봤다. 성취감과 좌절감을 모두 느끼고 성장해 돌아온 안현민이다.
지난해 KBO리그 최고의 신인이었던 안현민은 생애 첫 WBC 무대도 경험했다. WBC를 마친 안현민은 3월 17일 KT 위즈 선수단에 복귀해 첫 WBC 무대를 돌아봤다.
안현민은 WBC에 대해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최고의 무대였던 만큼 보고 배우고 즐길거리가 많았던 대회였다.
다만 안현민은 "하지만 경험도 중요한데 WBC는 일단 성적을 내야하는 대회다. 그래서 아쉬운 것이 있다. 다음에는 8강보다 더 올라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냉정한 소감도 밝혔다. 류지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17년만의 조별라운드 통과에는 성공했지만 8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에 0-10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다.
안현민은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 때 너무 큰 아쉬움이 찾아왔다"고 웃었다. 8강 진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도미니카에 충격패를 당한 것. 안현민은 "모두가 바라던 곳에 힘들게 올라갔는데 허무하게 패했다. 사실 아쉬움보다 허무함이 컸다. 격차가 많이 느껴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일본의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도미니카의 수많은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선수들을 직접 만났다. 안현민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경기를 해야하는 만큼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지만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던 대회라는 것이다.
안현민은 이번 대회 붙박이 4번타자로 활약했다. 대표팀 류지현 감독의 파격 결정이었다. 안현민은 "생각지도 못한 자리였다"며 "작년 K-베이스볼시리즈부터 2번을 쳤고 연습경기에서도 4번을 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4번이라는 자리가 익숙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새 자리에서 더 잘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래서일까. 대회 초반에는 부진했다. 안현민은 "초반에는 타이밍 자체가 너무 좋지 않았다. 매커니즘 같은 것은 나쁘지 않다고 느꼈는데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사실 더 잘할 수 있는 경기들이 있었고, 내가 더 잘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 있었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고 돌아봤다.
타선의 중심에서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는 것에 더 아쉬움을 느꼈다. 안현민은 "대만전이 가장 아쉬웠다. 또 일본전도 아쉬웠다"며 "대만도 일본도 상대팀 4번타자가 활약을 했다. 그 선수들이 결승타를 친 경기들이었다. 내게도 충분한 찬스가 있었고 오히려 상대보다 나한테 기회가 더 많았다고 생각하는데 연결을 잘 하지 못하고 맥을 끊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부진보다 자신의 부진이 팀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것이 더 아쉬웠던 안현민이다. 안현민은 "안타까웠다. 스스로도 내게 기대를 많이 했고 대표팀도 많은 기대를 했다. 내가 못해서 안타깝기보다는 그 중요한 두 경기(대만, 일본전)를 못잡았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그 경기들에서 내가 좋은 역할을 못해서 내가 더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얻은 것도 있었다. 부진한 경기들도 있었지만 안현민은 대회를 .333/.421/.400 1타점의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마쳤다. 4번타자로서 타점이 1개 뿐인 것이 아쉬운 부분이기는 했지만 유일한 1타점은 호주를 상대로 8강 진출을 결정짓는 희생플라이 타점이었다. 또 대표팀이 완패한 8강전에서 난공불락이었던 도미니카 선발 '사이영상 2위' 크리스토퍼 산체스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려내기도 했다.
안현민은 "어느 경기에서든 누구에게든 안타를 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다만 도미니카전은 (결과가)두고두고 기억하면 안되는 경기 같다"며 "희생플라이 때는 중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초구를 쳤다. 공을 더 볼수록 타자가 불리할 상황이라 중압감을 느끼지 않으려 초구를 쳤다. 오히려 피치클락이 도움이 되더라.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그냥 치게 되더라. 상대 실수가 나온 뒤라 기대감을 갖고 들어갔는데 생각할 시간 없이 바로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인상깊었던 상대 선수로 입을모아 산체스를 꼽았다. 시속 150km대 중반의 빠른 싱커를 던지는 산체스는 싱커의 예리한 각도는 물론 제구력까지 뛰어난 투수다. 그런 산체스를 상대로 2루타를 친 안현민은 "그런 선수들을 매일 상대하려면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자신감도 있었다. 안현민은 "하지만 내가 그런 선수들과 매일 경기를 하는 레벨이 된다면 그런 공에도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빠른 공에 대한 준비를 오래 잘 한다면 나중에는 조금 더 편하게 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 같은 사람이 던지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쳐야한다"고 말했다. 충분히 적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8강 진출이라는 성취도, 도미니카전 완패라는 좌절도 느낀 대회였다. 안현민은 "경기에 나간 선수든 나가지 못한 선수든 이번 대회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저연차 선수들에게는 국제대회가 두 개(아시안게임, APBC) 더 있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WBC에 나가지 못했더라도 더 큰 무대(해외진출 등)에 대한 마음은 있었지만 이번에 대회에 출전해 큰 무대의 분위기를 느껴보니 정말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사진=안현민)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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