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붙은 침대, 스프링쿨러는 부족…'캡슐 숙소' 안전 비상
오르내리기 어려운 '3층' 침대…화재발생시 대피 어려워
캡슐형 숙소도 구청별 등록은 제각각
일본은 '캡슐마다 스프링클러 설치할 것' 규정
전문가 "캡슐형 숙소 맞춤형 안전기준 마련 필요"
[이데일리 염정인 기자] 방탄소년단(BTS) 컴백 공연을 앞두고 서울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외국인 투숙객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캡슐호텔의 안전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특성상 화재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실제 이데일리가 서울 도심의 캡슐형 숙소 2곳에 직접 묵어본 결과 ‘3층 침대’ 등 유사시 대피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소방 전문가들은 캡슐형을 겨냥한 별도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의 캡슐형 숙소는 일반숙박업과 관광숙박업,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 각각 다른 형태로 구청에 등록해 운영 중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일반숙박업은 공중위생법을 따르지만 관광숙박업은 관광진흥법을 적용받아 소방·안전 요건이 더 까다롭다. 특히 일반숙박업의 경우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등록제)로 구청의 감시가 더 느슨한 편이다. 이번에 불이 난 A게스트하우스는 일반숙박업으로 신고한 곳이었다.
지난 17일 기자가 직접 서울 시내의 캡슐형 숙소 2곳에 묵어본 결과 관광숙박업으로 등록한 경우의 숙소도 소방·안전 시설이 미비한 지점이 많았다. 한 공간에 침대를 여러 개를 두고 심지어는 이를 쌓아 올리는 캡슐호텔의 특징을 고려한 별도 지침이 없어서다. 지난 14일 발생한 화재의 1차 감식 결과 발화의 시작점은 ‘캡슐 밀집 공간’이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캡슐호텔은 ‘3층 침대’ 구조로 이뤄져 있었다. 침대를 오르는 사다리도 아슬아슬했다. 2층을 배정받은 기자도 두 손을 이용해 간신히 내려갈 정도였다. ‘낙상 주의’라고 적힌 안내문이 방증하듯 불이 났을 때 대피하기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이날 3층 침대에서 짐을 풀던 독일 국적의 20대 여성은 “너무 높아서 짐 대부분을 그냥 밑에 두고 왔다”며 “이따가 불을 끄고 화장실은 제대로 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의 한 캡슐호텔의 경우 비교적 낮은 높이의 2층 침대로 짜여 있었다. 다만 문에 부착한 ‘긴급 피난 안내도’가 한국어로만 표기됐고 소화기 사용 방법을 비롯해 ‘화재 발생 시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 역시 한글로만 안내됐다. 이날 기자가 만난 투숙객 전부는 외국인이었다. 일본 국적의 20대 여성은 “한국어를 할 수 있지만 서툴기 때문에 이런 작은 글씨까지 들여다보지는 못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두 곳 모두 기본 안전장치는 구비했지만 방마다 소화기를 둔 곳, 침대 옆에 견고한 손잡이를 설치한 곳, 다양한 언어로 안전 관련 내용을 안내한 곳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 차이를 보였다. 스프링클러도 한 곳에만 설치돼 있었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구청도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시 A구청 관계자는 “하나의 방에 침대가 얼마나 들어가야 안전한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도 논의가 많은 상황”이라며 “명확한 지침이 없어 상식적으로 너무 불쾌할 정도로 침대가 붙어 있다면 시정권고를 한다”고 전했다.
B구청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통해 밀집도 관리를 하지만 업소마다 면적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며 “위험할 것 같으면 업주에게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안내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캡슐호텔 형태의 숙박업소가 많은 일본의 경우 소방청 차원의 규정을 마련해 대응 중이다. 건축법 등 관계 법령 자체를 손본 것은 아니지만 당국이 숙박업소에 인허가를 내줄 때 이 기준을 적용해 심사하겠다는 취지다.
가령 도쿄 소방청의 경우 해당 기준에 대해 ‘관계 법령에서 정한 규정에 더해 캡슐호텔의 특성을 고려해 화재 발생 및 연소 방지, 피난 안전 확보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침구류는 방염 제품을 사용할 것 △캡슐형 침대는 난연재료나 준불연 재료, 이에 준하거나 이상의 잘 타지 않는 성질을 가진 재료로 만들 것 △피난 경로가 되는 통로는 쉽게 대피할 수 있는 형태로 하고 피난에 지장을 주는 단차 등을 발생시키지 않을 것 등을 명시했다.
특히 자동화재탐지설비나 스프링클러에 관해서는 법령에 따라 설치가 필요한 경우 ‘캡슐형 침대마다 설치할 것’, ‘캡슐형 침대 내부에도 설치할 것’ 등이 적혀 있다. 아울러 일본은 캡슐호텔 숙소를 ‘간이 숙소’로 통합해서 구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캡슐형 숙소에 적합한 별도 지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스프링클러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침대마다 설치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은 없다”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그 효과가 1층 침대의 사람에게까지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숙소 내 침구 등의 소재를 난연성 등으로 신경 쓰는 노력도 필수적”이라 덧붙였다.
염정인 (salt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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