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주만 공습 왜 안 알렸나”…다카이치, 눈 크게 뜨며 당혹
“이란 공습 동맹국에 왜 안 알렸나” 기자 질문에
트럼프 “기습에 대해 일본보다 잘 아는 나라 있나”
트럼프 기습 발언에 다카이치 불안한 기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습 발언에 옆에 앉은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눈을 크게 뜨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심호흡을 크게 한 뒤 태연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손목에 찬 시계를 보는 등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 트럼프, 호르무즈 日 공헌 요구 VS 다카이치 “법 안에서 하겠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미국 하와이의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그간 미국 대통령들은 일본과의 동맹 관계를 의식해 일본 정상 앞에서 진주만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꺼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굳건한 동맹이 된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굳이 상대의 치부를 들춰내지 않았단 의미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 지도자 앞에서 그 나라 역사 속 민감한 순간들을 다시 꺼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 장면은 그와의 백악관 회담이 지닌 예측 불가능하고 종종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최신 사례”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작전에 소극적인 일본을 겨냥해 진주만 얘기로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상대의 민감한 지점을 의도적으로 파고들어 상대를 심리적으로 수세에 놓고 자신이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상회담에 동석한 오자키 마사나오 관방 부장관에 따르면,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에 일본이 공헌할 것을 요청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법률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다카이치 “배런, 도널드 닮아 키 크고 훌륭해”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단단한 양국 관계를 보여주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과 연신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트럼프 대통령 품에 와락 안기며 반가움을 표하더니, 연신 ‘트럼프 대통령’ 대신 ‘도널드’(일본식 발음인 ’도나르도‘라고 지칭)라고 부르며 친밀함을 과시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3남 2녀 중 막내인 배런(20)도 거론했다. 그는 “도널드, 내일은 배런의 생일”이라며 “배런이 매우 키가 크고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며 “도널드 당신을 보니 배런이 누구를 닮았는지 분명하다”고 추켜 세웠다. 이어 “재팬 이즈 백(일본이 돌아왔다)”이라고 외치며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겠다는 의지도 분명히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의 독립·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벚나무 250그루도 이번 방미를 계기로 선물했다. 일본은 앞서 1912년에도 양국 우호를 기리기 위해 벚나무 3000여 그루를 선물했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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