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양동근 감독-은퇴 앞둔 함지훈…“함께 또 우승 일궈보고 싶어”

남지은 기자 2026. 3.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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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초-중등 선수로 첫 만남
“그땐 작고 퉁퉁” “못했던 선배”
서로 틱틱대면서도 속깊은 애정
프로 선후배 이어 감독-선수 인연
함, 코치로 코트 동행 이어갈 수도
함 “나를 성장케해” 양 “한결같아”
서로가 자신의 농구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말하는 울산 현대모비스 함지훈(왼쪽) 선수와 양동근 감독(오른쪽)이 지난 3일 용인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이 남자들, 자꾸 속마음을 감춘다. 실은 애틋하면서도, 함께 있으면 괜히 ‘틱틱’ 대는 사람들처럼 서로를 향한 애정을 확인하는 질문에 자꾸 딴청을 피운다. “우리의 관계요? 그냥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 어쩌다 마주친 그대인가.” (양동근 감독)

어쩌다 마주치기는 했다. 지난 3일 울산 현대모비스의 용인체육관에서 만난 양동근(45) 감독과 리그 최고참 선수 함지훈(42)의 관계는 대략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함지훈이 속한 초등학교 농구부가 양동근 감독이 속한 중학교 농구부 체육관에서 자주 훈련을 했다. 그 ‘무리’ 속에서 서로를 처음 봤다. 첫눈에 서로의 재능을 알아본, 드라마 같은 첫 만남 스토리는? 아니다.

“지훈은 키도 작고 퉁퉁했어요. 살 빼려고 농구하나 했죠. (웃음)” (양)

“감독님도 키가 작고 왜소했어요. 유독 못했던 선배였달까요. (웃음)”( 함)

양동근 감독은 “지훈은 곧 농구를 관두겠거니” 했고, 함지훈은 “감독님은 고등학교나 가겠나” 했다는데, 둘은 10여년 뒤 2004년(양), 2007년(함) 프로가 되어 챔프전 우승 5회 등 현대모비스의 찬란한 시절을 합작했다.

“프로에 와서 본격적으로 친해졌죠.” (양)

“프로에서 만난 건 진짜 신기했어요.” (함)

서툴렀던 ‘꼬물이’ 시절을 알아서일까. 프로가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가 훤히 보여서, ‘나 같아서’ 마음이 더 갔던 듯하다. 함지훈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키도 크고 기량도 성장해 청소년대표에도 뽑혔다. 중학교 때까지 경기를 제대로 뛰지 못했던 양동근 감독도 고등학교 때부터 서서히 두각을 나타냈다. 둘 다 성장 비결로 “꾸준한 훈련”을 꼽았다. 함지훈은 “중학교 때 부모님과 매일 새벽 5시에 슛연습을 하기도” 했고, 양동근 감독은 “고등학교 때 밤늦게까지 1대1 훈련을 하는” 등 독기와 오기로 늘 공을 잡았다. 양동근 감독은 “프로에서 지훈을 보면서 ‘외로운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지난 3일 한겨레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 중인 함지훈(왼쪽)과 양동근 감독. 정용일 기자
정용일 기자

그런 애틋함이 있기에, ‘이런 날’이 다가온 것에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프로에서 18시즌을 뛴 함지훈은 올 시즌 뒤 은퇴한다. 오는 4월8일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은퇴 투어 중이다. 양동근 감독은 “지훈이는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일 은퇴해도 아쉽지 않게’ 선수 생활에 최선을 다했을 테니 후회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청춘을 바친 농구공을 내려놓는 순간의 느낌을 잘 알아서 마음이 쓰인다. “선수에게 은퇴는 나의 세상이 무너지는 일 같거든요.”(양)

양동근 감독은 그것을 먼저 경험했다. 그는 2019~2020시즌을 마지막으로 14시즌 프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현대모비스 코치로 농구인생 2쿼터를 시작했고, 이번 시즌부터 감독을 맡았다. 함지훈은 “제 은퇴를 앞둔 지금의 심정보다 당시 감독님이 은퇴한다고 했을 때가 더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함지훈에게 ‘양동근’은 “농구적으로도 인간적으로 배울 게 많았던, 그래서 나를 성장하게 해준 존재”였기 때문이다. “제게도 지훈은 믿고 기댈 수 있는 후배였어요.”(양)

“농구 이외의 삶을 생각해본 적 없다”는 함지훈에게 그런 선배의 경험은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유니폼을 먼저 벗었던 양동근 감독은 함지훈이 농구만 하느라 해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마음껏 하기를 권했다. 양동근 감독은 “은퇴하고 6개월 동안 양평에서 자전거를 타는 등 선수 때 못 해봤던 것을 다 해봤다. 그 시간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행”을 권하기도 했다. “지훈이 혼자 여행 하는 것을 좋아해요.” 함지훈은 당장은 “스키장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 “농구는 겨울에 경기가 있고 선수로서 부상도 조심해야 해 지금껏 (스키장에) 딱 한 번 가봤다”는 답변에도 농구밖에 몰랐던 생활이 읽힌다.

선수 시절 두 사람. 한국농구연맹 제공
3일 한겨레와 사진 촬영을 앞두고 형을 위해 ‘매너다리’를 하는 함지훈의모습. 남지은 기자

‘운명’이라는 단어를 빼고는 설명이 안 되는 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걸까. 아닐지도 모른다. ‘선수 대 선수’에서 ‘선수 대 지도자’로 인연을 이어온 둘은 이제 ‘지도자 대 지도자’로 둘만의 3쿼터를 이어갈 수도 있다. 함지훈은 현대모비스 코치로 변신해 양동근 감독을 도울 가능성이 크다. 함지훈은 “시즌이 끝나지 않아 확실한 건 없다”고 했지만, 만약 코치가 된다면 “감독님과 함께 우승을 많이 일궈보겠다”고 각오했다. “우승 반지로 10손가락 채워봐야죠.”(양) 최우수선수(MVP), 베스트5 등 상을 휩쓸며 ‘원클럽맨’(한팀에서만 뛴 선수)으로 영구결번(양동근 6번, 함지훈 12번)까지 이룬 두 사람이지만, “우승을 한 번 더 합작하지 못한 것에는 미련이 남는다”고 했다. 현대모비스는 2018~2019시즌 이후 챔프전 트로피가 없다.

평소 말이 없는 함지훈도, 감독 아니 ‘형’ 옆에 있으니 ‘수다쟁이’가 됐다. “게임을 좋아한다”거나 “은퇴 소식에 아들이 ‘아빠 그러면 이제 계속 집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거야’라고 묻더라”는 우스갯소리도 곧잘 했다. 함께한 ‘과거’를 추억하며 주거니 받거니 농담이 오갔다. 이 호흡이면, 현대모비스의 코트가 다시 뜨거워지지 않을까?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두 사람이 한동안 말없이 눈을 맞췄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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