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불법 노점상, 지구대 몰려가 “경찰 단속에 장사 망쳤다”

장윤 기자 2026. 3. 2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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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신촌거리 불법 영업 골머리
17일 오전 서부지역노점상연합 소속 홍대 불법 노점상 상인들 40여 명이 경찰의 불법 노점상 단속에 반발하며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를 에워쌌다. 이들은 경찰에 “앞으로 노점상 상인들에 친절하게 대하고, 단속 역시 자제해 달라”고 요구했다./윤성우 기자

지난 1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앞에 40여 명이 모여들었다. 홍대·신촌 거리에서 노점 영업을 하는 상인들이었다. ‘서부지역노점상연합(서부노련)’ 소속인 이들은 홍익지구대 정문 앞에 줄지어 앉아 40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3명은 지구대 안으로 들어가 “얼마 전 경찰이 우리 회원에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해 실랑이를 벌이느라 그날 장사를 망쳤다”고 따지고선 “경찰은 앞으로 단속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들은 “노점상 수십 명이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위축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했다”고 했다.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불법 영업을 하면서도 적법한 공무 집행을 방해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규정대로 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밤 9시쯤 마포경찰서 112 종합상황실에 “지하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노점이 인도를 막아 통행이 어렵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유동 인구가 몰리는 금요일 밤 강아지 옷을 파는 매대가 인도를 점령해 폭 5m 인도가 절반으로 좁아진 탓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노점상에게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매대를 치워달라고 한 뒤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상인은 “신분증을 주면 과태료를 물게 될 것 아니냐”며 거부했다고 한다. 경찰은 “불심 검문도 아닌 데다가 불법 영업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피신고자 신원을 파악하는 건 정당한 권한이자 의무”라고 했다. 그러나 주변 노점상들까지 몰려와 “신분증은 절대 보여줄 수 없다는 게 우리 연합회 지침”이라고 버텼다. 양측의 대치는 상인이 결국 신분증을 제시하고 매대를 치울 때까지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2일 뒤인 지난 15일 서부노련은 마포경찰서에 “책임자와 면담시켜 주지 않으면 집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경찰은 “홍익지구대장과 면담 일정을 잡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집회 신고를 하고 홍익지구대 앞에서 단체 시위에 나섰다고 한다.

홍익지구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경찰의 신분증 요구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명시된 정당한 공무집행”이라며 “도로를 무단 점용하는 불법 노점상들이 적법하게 근무한 경찰에게 단속하지 말라며 따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서부노련은 “노점상 관리는 구청 소관인데 경찰이 나서서 상인들의 생계를 옥죄고 있다”며 반발한다. 한 노점상은 “노점상연합회가 지구대를 찾은 건 과도한 현장 단속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 주요 번화가에서 노점 영업을 계속하겠다는 상인들과, 불법 노점 때문에 피해를 본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몇 년째 맞서고 있다. 양쪽에 낀 구청은 어정쩡한 상황이다.

19일 오전 10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 ‘노점’이라고 적힌 형광 주황색 고깔이 줄지어 있었다. 오후 2시가 되자 상인들이 나타나 고깔을 치운 뒤 홍대 골목 곳곳에 밤새 보관해 둔 리어카를 끌고 왔다. 덤프트럭에 매대를 실어 나르는 상인들도 있었다. 강아지 옷이나 목도리, 닭꼬치 같은 분식을 파는 노점 매대 일부는 인도에 걸쳐 있어 길을 가던 시민들은 돌아가야 했다. 이 노점들은 불법 노점들이다.

마포구청에 따르면 홍대입구·신촌역 부근 불법 노점상 관련 시민 불편 신고는 하루 평균 40여 건이다. 구청 단속반이 심야 교대 근무를 서며 새벽 5시까지 단속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단속 인원이 적어 노점상을 모두 단속하기엔 역부족이다. 노점상들은 “마포구청과 신규 노점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영업을 용인받는 ‘상생 협약’을 맺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마포구청은 “‘도로 점용을 더 이상 늘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노점 강제 철거는 유예하고 있지만, 불법 영업을 허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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