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침스틸러] 음식이 만든 뜻밖의 교감...낯선 존재 ‘마음의 벽’ 허물다
비뚤어진 신념 가진 주인공 ‘테디’
자신의 불행 외계인 탓으로 돌려
거대 제약사 대표 ‘미셸’ 납치·고문
기묘한 상황 음식으로 분위기 반전
이야기하며 위로하다 탈출에 성공
이탈리아서 건너간 美 대표 가정식
국산 재료로 영화 속 요리에 도전
식탁에 마주 앉아 나누는 한접시
때론 서로 이해하는 계기 되기도

서로 다른 존재가 대치한 상황에서도 마주 앉아 따뜻한 음식을 나누는 순간 잠시 긴장이 풀린다. 음식은 비뚤어진 신념에 사로잡힌 음모론자의 마음도 열어 대화를 이끈다. 한국 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장준환 감독)를 재구성한 영화 ‘부고니아’(2025,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는 외계인으로 의심받는 거대 제약바이오 기업 대표 미셸(엠마 스톤 분)과 자신의 불행과 생태계 훼손을 외계인 탓으로 돌리는 테디(제시 플레먼스 분)가 등장한다.
주인공 테디는 오랫동안 외계인의 계략으로 세상이 병들고 꿀벌이 사라지며 환경이 오염된다는 확신을 쌓아왔다. 그래서 안드로메다로 가 외계 왕족에게 지구를 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자 그가 생각한 외계인, 미셸을 납치한다.
지하실에 갇힌 미셸은 자신이 외계인이 아니라는 말을 반복하지만 테디는 믿지 않는다. 심지어 전기 고문까지 하며 외계인의 지구 침공 계획을 털어놓으라고 압박한다. 400V에 가까운 전기를 견디는 모습을 본 테디는 미셸이 ‘외계 왕족’이라고 판단해 태도를 바꿔 미셸을 손님으로 대접하기 시작한다.
그가 내놓은 음식은 새빨간 토마토소스와 커다란 고기 완자가 올라간 미트볼 스파게티다. 외계 왕족을 예우한다는 기묘한 상황 속에서도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관객의 눈길을 끈다. 미셸은 스파게티를 먹으며 테디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대화를 주고받고, 그의 어머니가 과거 미셸의 회사가 일으킨 진통제 과다 복용 사태의 피해자라는 것을 눈치챈다. 테디는 외계인의 생체 실험으로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됐다고 믿고 있었다.
겉으로는 지구를 구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상실과 불평등 속에서 테디는 해결할 수 없는 불행의 원인을 찾으려 외부 적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잔인하고 기괴한 행동을 정의로운 싸움으로 여기고 폭력을 정당화했다. 이를 알아차린 미셸은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테디를 위로하고 어머니를 살릴 방법을 알려준다. 결국 테디를 밖으로 유인해 탈출에 성공한다.
미셸과 테디는 서로에게 무섭고 낯선 존재다. 오해를 풀려면 마주 앉을 시간이 필요했다. 양극단에 서 있던 두 사람은 미트볼스파게티를 사이에 두고 마음을 누그러뜨릴 틈을 얻는다.
이 음식! 소통이 필요한 가족이 함께 먹어도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에 좋지 않을까. 영화 개봉 뒤 배우들은 “중요한 전환점에서 미트볼 스파게티가 등장한다”며 직접 만들어보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미트볼 스파게티는 미국식 가정 요리의 대표주자다. 미트볼을 굴리며 만드는 과정도 재미를 준다. 19세기말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신대륙에 건너오면서 본래 작았던 미트볼을 크게 만들고 파스타 위에 올리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식탁에 함께 앉아 먹는 음식은 때로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날이라면 미트볼 스파게티 한접시를 차려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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