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공연에 뿔난 공무원… "민간 행사에 왜 차출돼야 하나"

오세운 2026. 3. 2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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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BTS 공연에 공무원 2,270명 투입
소방도 행사 일대에 역대 최대 인력 배치
"공무원 이렇게 많이 투입돼야 하나" 불만
市 "지원자 우선 모집... 정당한 보상 지급"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공연을 이틀 앞둔 1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연 준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강예진 기자

"주말 근무도 부담인데 민간 공연에 공공 인력이 당연하게 동원돼야 하나요?"

21일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광화문광장 공연을 앞두고 한 서울시 공무원은 이같이 반응했다. 대규모 인파 관리를 위해 공무원 수천 명이 동원되면서 공직 사회 내부에서 불만 섞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간 기업이 주최하는 영리 목적의 행사에 공공 인력을 대거 동원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BTS 광화문광장 공연 당일 현장 안전 관리를 위해 투입되는 인력은 총 3,685명이다. 이 중 서울시와 구청 소속 공무원은 2,270명. 나머지는 자원봉사자, 청소 노동자 등이다. 시 공무원이 약 1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시청 인력 5명 중 1명꼴로 행사에 동원된다.

이들은 행사 당일인 주말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2교대로 근무하며 지하철 환기구, 출입구 등 인파 밀집 지역에서 안전 관리와 안내 업무를 수행한다. 이날 근무에 대해선 초과근무 수당을 받거나 대체휴무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행사 관리 인원 모집에 지원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300명 규모의 한 부서에서는 10명 모집에 지원자가 충원되지 않아 남은 인원은 차출됐다. 한 서울시 공무원은 "추가 수당 지급액이 적은 데다 현장 돌발 상황도 많을 수 있어 자원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자정이 넘어 퇴근하는데 택시비도 따로 지급되지 않는다"며 "국가적인 행사도 아니고 민간에서 하는 공연이다 보니 책무감도 덜한 것 같다"고 했다.

소방 인력들의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BTS 공연 당일 소방차량 102대와 인력 803명을 투입한다. 단일 행사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장 대원들은 관할 지역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장비와 인력이 특정 행사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안전 공백'을 경계하고 있다. 서울 지역 한 소방공무원은 "구급차나 펌프차가 한 대뿐인 센터도 있는데 해당 차량이 행사장에 동원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관내 위급 상황 대응이 늦어질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현장 대원들이 져야 한다"고 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데 수익은 소속사와 중계사에 집중된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광화문광장 인근 빌딩 통제로 주말 영업을 접어야 하는 상인들, 회사로부터 강제 연차 사용 공지를 받은 노동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광화문광장에 준비 중인 BTS의 컴백 공연 무대 설치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26만여 명이 서울 한복판에 집중되는 만큼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며 "세계불꽃축제처럼 민간이 주최하더라도 대규모 인파가 몰려 사고 위험이 높은 행사는 지자체가 안전 관리를 지원하는 것이 관례이고 마땅한 의무다"라고 설명했다. 인력 동원도 강제 차출이 아니라 우선 지원자를 모집했고 부족한 인원은 부서별로 차출한 인원 한두 명 수준이었다고 했다.

현행 재난안전법 제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ㆍ복구하여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공공 인력 투입 기준과 정당한 보상 체계 필요성도 제기된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의 의사에 반해서 무리하게 '억지 할당'식으로 차출하는 방향의 행정은 적절치 않다"며 "지원자가 적은 이유를 살피고 자발적인 근로 의욕을 불러일으킬 만한 유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공연 수익 일부를 공공에 기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도심 행사의 수익금 중 일정 비율을 '문화다양성 기금'으로 출연하도록 유도하고, 이 기금을 공익적으로 사용하는 '이익공유제'도 생각해 본다"고 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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