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구라카면 다 되는 줄 아나"… 野공천 잡음에 뒤집힌 대구 민심
"서울서 다 부려먹기라" 중진 컷오프 반대
"'우리가 남이가' 이용만 해 먹는다" 비판도
"김부겨미 찍어야" "시장은 틀리지" 엇갈려

장동혁이 한동후이 카고 패들 나뉘가 싸우더니, 인자는 대구시장 갖고 또 싸웁니꺼. 무조건 (경선에서) 표를 많이 받는 사람으로 해야지 지금, 싸울 여기가 어딨노. 진짜 화가 납니다.
한국일보가 18일 대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제갈현숙(54)씨는 최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묻자 격분을 털어놨다. 국민의힘은 지난 수개월간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 간 갈등으로 극심한 내분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6·3 지방선거 대구시장 공천 신청을 한 중진의원 '컷오프(공천 배제)' 문제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과 추경호 주호영 등 대구시장 예비후보들 간 충돌로 갈등이 확산하자 염증을 드러낸 것이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공천 혁신'을 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대구 민심은 이를 '이권 다툼'으로 여기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자 "이번에는 일 잘하는 사람 뽑겠다"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로 출마를 저울질 중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 지지 의사를 밝히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재명이는 여우인데, 여그는 늙은 곰만 있다"
대구는 '보수 아성'이라는 명색이 무색할 만큼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많았다. 보수 정치의 성지로 불리는 서문시장은 물론, 도심 번화가인 반월당 일대와 대표적 부촌인 수성구의 번화가, 서구 염색산업단지나 강성층이 많은 달성군 등 전역에서 "국민의힘이 너무 무능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실감될 정도로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지역 민심은 흉흉해 보였다. 12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29%, 25%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무기력한 모습만 보이고 있는 당 상황이 보수 정치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가장 큰 이유였다.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하는 30대 여성 배모씨는 "탄핵을 두 번이나 당했는데 아직도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이 '내가 낸데, 못 물러난다' 이러고 있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은 이재명이 같은 여우들이 있는데 여그는 늙은 곰들만 앉아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절윤 결의문'을 채택하며 윤 전 대통령과 관계 청산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적청산 등 쇄신 노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데 대해 "지겹다"는 비판 목소리가 컸다. 서문시장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는 이모(62)씨는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을 해야지 와 아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부끄럽다"며 보다 선명한 절윤과 반성을 촉구했다. 다만 스스로를 '윤 어게인'이라고 밝힌 20대 청년 두 명과 윤 전 대통령 탄핵이 부당했다고 믿는 시민 등 절윤에 반대하는 여론도 일부 있었다.
대구 지역내총생산(GRDP)이 수십 년째 전국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꼬집으면서 "콱 뒤집어뿌야 한다"고 말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택시기사 강민욱(75)씨는 "대통령이 그 많이 나오도 '우리가 남이가' 하는 그것만 이용해먹지 대구 경기가 개판"이라고 비판했다. 공장 가동률이 50%뿐일 정도로 침체가 심각한 염색산업단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71)씨도 "손님도 일감도 없어서 전부 외국인(노동자)뿐"이라며 "노상 국민의힘만 찍으니까는 대구 경기가 이 모양"이라고 말했다

성난 민심에 기름 부은 공천 잡음... "서울서 다 부려먹기"
대구시장 공천 논란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극우 유튜버 고성국씨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지원하고, 당권파가 기업인 출신 최은석 의원을 지지하는 듯한 흐름에 대해 서문시장 상인 조구현(80)씨는 "즈그들 말 다 잘 들으니끼네, 서울서 다 부려먹기라"라고 말했다.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통해 대구 당원 및 시민들의 선택을 받는 대신 중앙당 공관위 결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수성구 주민 이승수(59)씨는 "대구라카면 공천만 받으면 되는 줄 알고 착각하고 있는 거 같다"고 했다.
특히 강성 성향인 이 전 위원장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이 고성국씨와 함께 유세에 나섰던 장소인 반월당 지하상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전라희(67)씨는 "시장에 '새로운 여전사가 와서 바람을 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 많다"며 "차라리 국회 경험 없이 좀 강하게 싸울 사람이 낫지 않나"라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수성구 주민 박모(48)씨는 "순간 말 잘하는 것에 현혹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행정력은 나중에 다 드러나기 마련"이라며 "나오는 즉시 표를 더 깎아묵지 않을까 싶다"고 이 전 위원장의 행정 경험 부재를 비판했다. 서문시장 상인 장경수(73)씨도 "그 사람이 무슨 일을 잘하고 이런 건 아니잖아요"라며 "대구에서도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 지역구인 달성군의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주민 이모(67)씨는 "믿은 사람이 안 나오면 대포(막걸리) 한 잔 묵고 안 간다"며 중진 컷오프가 확정될 경우 투표 자체를 안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초선인 최은석 의원에 대해서는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서울 경기 등 중도 성향이 강한 지역은 구인난이 이어지는 반면, 대구에는 9명의 후보자가 몰린 데 대한 비판도 있었다.

"김부겨미가 훨씬 낫다" "국회의원은 몰라도 단체장은 틀려"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다보니 "차라리 김부겨미를 찍겠다"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대구가 고향인 김 전 총리는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수성갑)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연달아 낙마했지만, 2016년 총선에서 수성갑에서 당선된 이력이 있다. 서문시장 상인 조강수(58)씨는 "이제는 우리도 바뀌어야 되지 않겠습니꺼"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지지를 보내면서 김 전 총리 투표 의사를 밝히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보수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일 뿐 민주당을 적극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팽팽했다. 택시기사 노정용(77)씨는 "그 양반이 사람은 좋은데 국회의원 선거는 몰라도 단체장은 좀 틀리다(다르다)"며 "결국은 (국민의힘 인사가)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대구=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대구= 정내리 인턴 기자 naeri11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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