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달에 집 짓나"… 우주에서 다시 맞붙는 미·중 [세계는 왜?]
중국, 최초 달 남극 탐사 도전
편집자주
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격주 금요일에 만나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다음 달 1일(미 동부시간 오후 6시 24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호' 발사를 시도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습니다. 마네킹을 태우고 달 궤도를 갔다 왔던 2022년 아르테미스 1호의 성과를 바탕으로, 2호는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달 궤도를 선회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입니다. 우주발사시스템(SLS) 로켓과 우주선 오리온의 유인 비행 능력을 처음 검증하는 시험 비행이 됩니다.
당초 올해 2월 예정이었던 이 비행은 수소 연료 누출 문제로 이달로 일정이 밀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아르테미스 2호 동체 내 헬륨 흐름 이상으로 발사가 다시 연기됐습니다. 이번 비행이 성공한다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4년 만에 처음으로 인류가 다시 달 궤도권까지 간 것이 됩니다.
같은 순간 지구 정반대편 중국에서도 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창어(嫦娥)' 시리즈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은 2024년 로봇 탐사·달 뒷면 샘플 반환에 이어 지난달 유인 우주선 '멍저우호' 비행 시험과 재사용 로켓 '창정 10호' 시험을 동시에 성공시켰습니다. 미국이 '54년 만의 달 유인 비행'으로 우주 선두주자 지위를 굳건히 하려고 한다면, 중국은 '달 남극 탐사'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려 합니다.
어딘가 익숙한 풍경입니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해 미국의 위기감을 자극했던 장면과 닮아 있습니다. 인류는 왜 우주에서 또다시 냉전 시대를 반복하고 있는 걸까요.

우주 경쟁의 서막…미·소 이념 전쟁
우주 경쟁의 시작은 195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련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과학적 성과를 넘어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위성을 올린 기술이란 곧 핵미사일을 지구 반대편으로 날릴 수 있는 기술이었기 때문이죠. 기술 및 군사력에서 소련이 앞설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미국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 의회는 긴급 청문회를 열었고, 이듬해 나사를 창설했습니다.
이후 1960년대는 양국 우주 경쟁의 절정기였습니다. 소련은 1961년 유리 가가린을 통해 인류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하며 다시 한번 앞서 나갔습니다. 이에 '아폴로 계획'이라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세운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로 달에 닐 암스트롱을 착륙시키며 상징적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이 경쟁은 단순한 과학기술 싸움이 아닌, 체제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보여주는 이념 전쟁이었습니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냉전이 끝나면서 우주 전쟁도 멈추는 듯했습니다. 1998년 미국은 자국 주도로 러시아, 유럽과 국제협력을 통한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군사적 경쟁의 의미가 줄어든 만큼 과학 연구와 외교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이 시기에만 해도 우주 싸움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습니다. 1970년 중국은 첫 인공위성 '둥팡홍(东方红) 1호'를 발사했지만, 기술 격차로 미국과 소련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한 중국은 독자적·장기적 노선을 택했습니다. 1992년 중국 정부는 '921 공정'이라 불리는 유인 우주공정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은 2003년 유인우주선 '선저우 15호'를 통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국민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때부터 미국은 중국을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ISS 배제' 중국, 독자 노선으로 경쟁 참여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의 우주 개발을 견제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입니다. 2011년 미 의회는 나사가 중국 정부나 관련 기관과 협력하는 것을 사실상 전면 금지한 '울프 수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중국의 기술·정보 유출을 막고 우주 패권을 유지하겠다는 견제였죠. 이 조치로 중국의 ISS 참여는 원천 봉쇄됐고, 미·중 우주 관계는 협력의 문이 닫혔습니다. ISS 참여가 거부된 중국은 보란 듯이 '독자 노선'을 가속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양국의 우주 정책은 상반된 길을 가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유럽·일본·캐나다 등과 함께 국제협력 모델을 유지하며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중심의 상업 우주 생태계를 육성했습니다. 민간 기업의 재사용 로켓 등을 앞세웠고, 우주를 인터넷·물류 등을 엮는 산업 공간으로 활용했죠. 반면 중국은 자체 건설한 우주정거장 '톈궁(天工)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또 독자적 항법위성인 '베이더우(北斗) 시스템'을 통해 미국 GPS, 러시아 글로나스, 유럽 갈릴레오에 맞서게 됐죠.

중국의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2019년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고, 2020년 창어 5호가 달의 토양 샘플을 채취해 지구로 귀환했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달의 토양을 가져온 것이죠. 2021년에는 자체 제작한 화성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화성에 착륙했습니다. 같은 해 중국은 ISS를 대체할 톈궁의 핵심 모듈 발사를 시작해 2022년 완공했습니다. 1998년부터 운영에 들어간 ISS는 이미 매우 노후했습니다. 2030년대 초 퇴역하면 톈궁이 유일한 우주정거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미중 간 우주 경쟁은 달의 남극을 향하고 있습니다. 달 남극은 착륙 난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지만, 양지와 음지가 교차해 거주하기 쉽고 얼음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도 있어 탐사 가치가 높습니다. 미국의 아르테미스는 달 남극에 유인 기지를 구축하고,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를 띄워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계획입니다. 중국은 올해 창어 7호, 2028년쯤 창어 8호를 잇달아 발사해 달 남극에 국제 달 연구기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달의 땅과 자원을 먼저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나선 셈이죠.

이념·체제 경쟁에서 군사·기술·외교 경쟁으로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1960년대 냉전 시기에는 경쟁이 이념과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면, 현재는 △미사일 방어, 위성 요격 능력과 같은 군사적 우위와 △위성 통신, 지구 관측, 자원 확보 등 기술·산업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저위도 위성 시스템 스타링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위성통신 무력화가 곧 군사 작전 능력과 국가 안보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아울러 서로 다른 동맹 구조를 우주까지 확장하는 외교적 의미도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유럽연합(EU)·캐나다·호주 등 기존 동맹국은 물론, 브라질·아랍에미리트(UAE) 같은 중견국을 아르테미스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달 동맹'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톈궁과 달 탐사 프로젝트에 에티오피아·파키스탄·케냐 등 개발도상국을 초청하는 식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습니다.

요즘 우주 경쟁은 선수가 정부만이 아니라는 것도 냉전 시대와의 차이점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는 팰컨9 로켓으로 발사 비용을 10분의 1가량 줄였습니다. 스타십은 아르테미스 3호의 달 착륙선으로 낙점됐습니다. 올해 말에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 신형 시험 비행과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추진하는 무인 달 착륙 시험도 예정돼 있습니다. 중국도 2014년 폐쇄적이던 정부 주도 우주 산업을 민간 자본에 개방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국가 전략 아래 민간 우주 기업들을 혁신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2030년을 전후한 몇 년이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은 올해 아르테미스 2호 발사에 성공해 2028년 아르테미스 4호를 통해 달 표면에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올해 유인우주선과 화물우주선을 각각 2회, 1회 발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2030년 전까지 자국 우주비행사의 첫 달 착륙을 계획하고 있죠.
또다시 전 세계의 이목이 달 착륙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우주 경쟁은 누가 먼저 달에 도착하느냐를 넘어, 기술·경제·외교·안보를 아우르는 새로운 패권 지도를 그리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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