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출사표 던진 K배터리 3사…"목표 달성 충분, 수요는 그 이상"

최경민 기자, 김지현 기자, 김도균 기자 2026. 3. 2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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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체크포커스]<1>ESS 골드러시②ESS 담당 임원에게 들어본 전략은
[편집자주] 배터리 산업은 한 때 '제2의 반도체'로 여겨졌다. 기업들은 수십조원을 투자해 전세계에 생산거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의 굴기로 K배터리 밸류체인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터리 산업의 현주소와 미래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지난 11~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배터리 3사의 ESS(에너지저장장치) 담당 임원들은 이구동성 '목표를 넘어선 성과'를 자신했다. 전기차 전방 수요 부진 속에서도 미국·유럽·아시아에서 진행되는 'ESS 골드러시'가 K배터리에 분명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을 찾은 김현태 LG에너지솔루션 ESS 상품기획·전략담당 상무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도균 기자

실제로 김현태 LG에너지솔루션 ESS 상품기획·전략담당 상무는 "올해 수주 목표는 90GWh(기가와트시)인데, 수요는 그보다 더 많다"면서 "목표 초과 달성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회장에서 진행한 돌발 인터뷰 상황에서도 또박또박 거침없이 질문에 답했다. 총 140GWh(기가와트아워)가 넘는 ESS 수주 잔고를 보유한 선도 기업의 여유가 느껴졌다.

김 상무는 ESS 시장 확대의 이유로 미국 송전망 교체 사이클 도래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을 지목하면서 "미국에서 다수의 ESS 생산라인을 돌리고 있는데, 그만큼 니즈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랜싱·홀랜드)·오하이오·테네시와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ESS를 생산하고 있다. 가장 많은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갖추고, 가장 먼저 가격과 안정성이 뛰어난 LFP(리튬·인산·철) 양산에 들어간 점 등을 시장 안착 비결로 꼽았다.

특히 유럽의 경우 중국 기업과 경쟁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국제 정세 등 요인으로 비(非) 중국산을 선호하는 시장이 좀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폴란드 PGE(국영전력공사) 1차 ESS 사업을 따냈던 LG에너지솔루션의 2차 수주 여부에 대해서는 "상반기 중 결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을 찾은 김현욱 삼성SDI ESS 영업그룹 상무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김지현 기자

김현욱 삼성SDI ESS 영업그룹 상무는 "1~2년 안에 ESS를 회사에서 가장 매출이 큰 사업으로 만들겠다"면서"개인적 목표"라고 차분하게 사업 포부를 밝혔다. 미국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 '인터배터리'를 찾았다는 그의 말에서 K배터리에 쏟아지는 ESS 러브콜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었다. 삼성SDI는 지난 16일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 소식을 알렸다.

김 상무는 "ESS가 신재생 에너지의 보조 수단이 아닌, 하나의 에너지원으로 발달하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정도면 향후 3~4년 간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현재 울산공장과 미국 SPE(스타플러스에너지) 일부 라인에서 ESS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양산하고 있다. 올해 4분기에는 LFP 생산에 들어간다.

현 시점 북미 유일의 '각형' 폼팩터 생산 기업이라는 점은 삼성SDI의 차별화 요인이다. ESS와 관련해 고객사가 가장 신경쓰는 요소 중 하나가 '안전성'이고, 파우치형 대비 내구성이 뛰어난 각형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김 상무는 "미국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한 ESS에 화재가 연달아 발생한 후 각형 선호도가 많이 올라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인터배터리 2026' 현장을 찾은 김태의 SK온 ESS 세일즈실장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최경민 기자

김태의 SK온 ESS 세일즈실장도 "올해 20GWh 수주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라며 "다수의 프로젝트가 충분히 확보돼 있다"고 했다. 이런 확신의 배경에는 국내 '제2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의 성과가 있다. SK온은 이 수주전에서 50.3%에 달하는 물량을 쓸어담았다. 김 실장은 "그간 ESS 트랙레코드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만큼 제대로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유럽 등에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그는 "일본의 경우 중국과 관계가 껄끄러워지며 소싱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수주 가능성을 거론했다. 유럽에서는 공공 조달 입찰을 중심으로 연내 사업을 따내는게 목표다. 민간 수요 가운데서도 미국 투자자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중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SK그룹 차원에서 미국 AI 데이터센터 관련 프로젝트들을 힘있게 추진하고 있는만큼 협력이 기대된다. 김 실장은 "통상적 수주 활동 외 전략적 옵션으로 AIDC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하고 있고, 미국 유틸리티형 신재생 전문 펀드들과도 연락하고 있다"며 "ESS는 프로젝트 기반이기 때문에 전기차가 단기 조정 국면에 있는 상황에서 실적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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