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로 시작해 한국학 전공까지 [BTS 이코노미]

신혜영 기자 2026. 3. 20.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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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대학 한국학 전공 과정 6년 새 35개 증가
글로벌 ‘한국 전문가’ 위한 전략 필요한 시점

K팝, K드라마·영화 등 양질의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면서 한국어 학습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싹튼 한류가 이제는 전 세계에 뿌리내리며 세계 각지에서 한국어 학습자를 양성하고 있다.

특히 BTS의 성공 이후 한국어 학습이 단순한 호기심과 흥미를 넘어 전문적인 영역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해외 한국어 교육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꾸준한 성장세 속 눈에 띄는 질적 변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해외 106개국 1404개 대학에서 한국학(한국어학 포함) 강좌가 운영 중이다. 2006년에는 55개국 632개 대학, 2017년 105개국 1348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운영했다. 처음 조사가 시작된 1991년(32개국 151개 대학) 이후로 초기에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다가 최근에는 완만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외 대학 한국학 과정 운영 현황' 참고
주목할 점은 2019년과 2025년의 차이다. 2019년 해외 대학 한국학 강좌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1394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5년까지 6년간 10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좌를 추가 운영했으나 눈에 띄는 건 질적 변화다. 교양어학원과 세종학당 강좌는 11개 감소한 반면 한국학 전공 과정은 35개 증가했다. 한국어를 취미로 가볍게 학습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한국 문화 자체를 심도 있게 탐구하고 향후 한국 관련 진로를 선택하려는 학습자가 크게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해외 대학 한국학 과정 운영 현황' 참고

정부의 노력에 더해진 한류 열풍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대학에서 한국학은 동아시아학과 내에서 한 두 과목 다뤄지거나 다른 과목에서 일부 언급되는 수준이었다. 이후 한국 경제가 성장하고 외국과의 문화 교류가 점차 확대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싹텄다. 정부는 1991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설립하고 해외 유명 대학에 한국학 교수직 설치를 위한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해외 한국학 관련 단체와 학회 연구를 지원하고 학술대회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한국학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왔다.

이러한 기반 위에 폭발적인 수요가 더해지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2010년대 초반 시작된 한류열풍이다. 2000년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소비됐던 한국 콘텐츠가 문화적 장벽을 넘어 지구 반대편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뉴욕 타임스퀘어에 울려 퍼지고 블랙핑크의 앨범이 빌보드 1위를 기록하는 등 K팝이 전 세계 대중문화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2017년 해외 한국학 강좌 운영 대학 1348개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06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11년 만에 716개 대학에서 한국학 과정을 추가 도입한 것이다.

한국어 학습 양상의 변곡점이 된 BTS의 등장
해외 한국어 교육은 BTS의 등장과 함께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BTS는 2017년 11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s)에서 미국 TV 데뷔 무대를 선보이며 전 세계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진정성 있는 메시지와 서사를 담은 곡들을 정교한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이면서 글로벌 팬덤을 형성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성공이 단순히 음악적 완성도와 실력에서 기인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특히 외신들은 BTS의 성공 비결로 SNS를 통한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꼽는다. 10대의 고민과 사회 문제 등 시대정신을 건드린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2018년 UN 연설에서는 'Love Yourself'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파하며 음악을 넘어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팬덤 아미(A.R.M.Y) 또한 단순히 음악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BTS와 행보를 함께해왔다. 특히 이들은 BTS의 메시지를 각국 언어로 번역해 퍼뜨리고 한글날이나 기념일에 직접 쓴 손글씨를 인증하는 캠페인을 벌이는 등 한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노래 가사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의 생각을 깊이 이해하고 언어적 거리감을 좁혀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려는 욕구가 반영된 시도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 팬들과 한국어로 소통하며 얻는 연대감도 이들의 한국어 학습 동기를 강화하고 있다.

아미들의 학습 의지는 한국어학·한국학 전공 선택으로 이어졌다. BTS가 활동의 정점을 찍은 2021년, 프랑스 주요 대학 한국어학과에는 정원보다 평균 20배 많은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40명을 뽑는 보르도 대학교 한국어학과에는 1400여명이 지원해 무려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한국어학과나 한국학과 평균 경쟁률은 20대 1 정도"라며 "한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언어를 알아야겠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BTS의 해외 팬이 RM의 '들꽃놀이' 가사를 노트에 적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증가하는 한국학 전공자…새로운 전략 필요
학계에서는 한국어 학습이 반짝하고 사라질 유행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안착될 조짐이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일시적인 흥미 위주의 소비가 아닌 한국 문화 자체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해외 대학 한국학 전공 과정이 35개 증가한 배경이기도 하다. 취미를 넘어 학문으로서 한국어를 대하는 '진지한 학습자'를 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심도 있게 배우는 것은 그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한국에게는 국가 차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는 외국인은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각국의 리더나 전문가로 성장했을 때 한국과의 협력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때 직간접적인 교두보 역할을 하거나 고급 인력으로서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 기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이들은 외국인의 시선에서 본 한국 문화를 소재로 신선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신기욱 전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은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급증한 지금이야말로 해외 한국학 투자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며 "해외 한국학 지원기관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해외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반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BTS를 비롯한 K컬처 산업이 열어놓은 기회를 지속가능한 국가적 자산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한국이 당면한 과제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