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못말린다, 이스라엘의 독주
이란도 카타르 가스전에 보복 폭격… 세계 에너지시장 휘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분노로 이란의 주요 시설인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에 폭력적인 공격을 가했다”며 “미국은 이 특정한 공격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knew nothing)”고 했다.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 등 대형 에너지 시설을 개전 후 처음으로 타격하자, 이란은 ‘전면적인 경제 전쟁’을 선포하며 전세계 액화천연가스(LNG)의 20%를 생산하는 카타르의 라스라판 가스전을 폭격했다. 이란 미사일 요격 여파로 세계 최대 가스 시설인 아랍에미리트(UAE) 합샨 공장 등도 운영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 이상까지 폭등하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휘청거렸다.
이스라엘이 이처럼 세계 경제에 치명타가 우려되는 공격 등을 미국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미국 내에서는 “전쟁 국면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에 끌려다닌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AP·CNN 등 외신은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과 관련, “미국은 공격에 참여하지 않았고 사전에 이스라엘로부터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는 미 당국자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간 이란의 핵·미사일 등 군사 시설을 중점 타격하면서도, 가스전 같은 핵심 시설은 걸프국 에너지 시설 전반에 대한 보복을 우려해 폭격을 자제해왔다. 이스라엘이 중동 전반의 ‘에너지 확전’ 위험을 무릅쓰고 단독 행동을 하는 데 대해 알자지라는 “‘아메리카 퍼스트’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 퍼스트’ 전쟁이 됐다”며 “누가 이 전쟁을 지휘하는가”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7일 이란 테헤란 일대의 석유 저장소 30여곳을 무차별 타격했을 때도 작전 규모와 강도 등을 두고 미국과 제대로 상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고 곳곳에서 ‘기름비’가 내리는 장면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도대체 무슨 짓이냐(WTF·What the f×××)”고 강력 항의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통령은 석유를 비축하길 원하지, 이를 태우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시장 진정에 안간힘을 썼고, 이스라엘 측에 ‘더는 이란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지 말라’고 통보했는데도 이스라엘이 다시 가스전 공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4일 이란 원유 90%를 수출하는 핵심 거점인 하르그 섬을 폭격하면서 90여곳 군사 목표물만 정밀 타격했다.
◇“에너지 시설 공격 말라” 美 경고 무시… 장기전 끌고가는 이스라엘
미 악시오스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트럼프의 전쟁 목표가 다르다”고 했다. 네타냐후는 이란 체제의 ‘완전 붕괴’를 달성하려면 중동국의 광범위한 피해, 세계 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국제 유가를 관리하며 이란의 ‘실질적 군사 역량 파괴와 조기 종전’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네타냐후도 트럼프와의 전쟁 목표 괴리를 알기 때문에 미국의 발을 확전·장기전 국면에 묶어두고자 자꾸만 이같은 독단 작전을 강행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이 지난 17일 이란의 ‘대(對)서방 대화 창구’로 꼽히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에 대한 참수작전을 벌인 것도 트럼프의 ‘출구’를 없애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라리자니는 전쟁 직전까지 오만에서 진행된 미국과의 협상을 막후에서 총괄했다. 알자지라는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네타냐후”라고 했다. 네타냐후는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지만, ‘수천 년 숙적 이란의 완전 파괴’를 내세운 이번 전쟁은 구약성서의 종말론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이스라엘인들에게 80% 이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스라엘에 끌려다니는 모습이 계속되자 미 정치권에선 ‘애초부터 우리 전쟁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국가정보국 산하 국가대테러센터(NCTC) 국장은 지난 17일 “이란은 우리 국가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았다.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의 로비 때문임이 분명하다”며 사직해 파문을 일으켰다. 앞서 지난달 28일 이란 공습 직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으로 미군에 대한 이란의 공격이 촉발될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는데, 이 발언도 트럼프가 이란 공격을 원한 네타냐후의 설득에 넘어가 전쟁을 결정했다는 의혹으로 확산됐다.
이스라엘 문제를 둘러싼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트럼프 지지층인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도 마찬가지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온라인 유명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전 폭스뉴스 진행자 메긴 켈리는 이번 이란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 우선주의자들(Israel firsters)’이 미국 국민에게 팔아넘긴 전쟁”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가장 큰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방송인으로 꼽히는 폭스뉴스 앵커 출신 터커 칼슨은 이번 공습에 대해 “완전히 역겹고 사악하다(absolutely disgusting and evil)”며 “이 전쟁은 이스라엘이 원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전문가들은 “결국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하면 이란의 중동 내 미군 기지 보복이 뻔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 들어간 전쟁”이라며 “트럼프는 이제 네타냐후의 끝없는 전쟁 추구를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이란에 대해 “또 카타르를 공격하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대적으로 날려버릴 것”이라면서도,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 추가 공격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중동 에너지 시설에 상호 공격과 보복이 확산하면 장기전이 불가피하고, 이는 미국의 유가와 물가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이란 전쟁에 대한 미국민 지지도가 20%대로 저조한 상황에서, 중간 선거를 앞둔 트럼프가 ‘이스라엘 퍼스트 전쟁’에 더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내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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