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서 12국 머리 맞댄 순간, 이란 미사일 날아왔다

안준현 기자 2026. 3. 20.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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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로 날아든 미사일 공중서 요격
이란, 우호 관계인 카타르부터 때려
美·이스라엘과 중재 외교 올스톱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한 이란 사우스 파르나스 정유화학시설 /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로부터 가스전을 공격당한 이란이 카타르를 상대로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가했다. 카타르 정부는 18일 자국 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거점인 산업 도시 라스파한 일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 카타르 수도 도하 북쪽 70㎞에 있는 라스파한은 LNG를 비롯, 석유화학, 발전, 담수화 등 대규모 산업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다. 전 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카타르의 LNG 생산·수출 거점이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공격 직후 발생한 화재 진압을 위해 비상 대응팀이 즉시 투입되었으나, 이미 시설물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 내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폭격한 뒤 보복 방침을 밝히면서 카타르·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의 에너지 시설을 일일이 호명하며 보복 공격을 공언했는데 바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카타르가 걸프국 중 이란에 가장 우호적이었으며,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이란과도 공유하고 있는 이해관계국이라는 점에서 이란이 카타르를 먼저 타격한 것은 뜻밖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우디서 아랍·이슬람권 12국 외무장관 회의 19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권 12국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주황색 옷) 왕자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회의 도중 리야드에 이란 미사일이 날아들자 이들은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행위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AP 연합뉴스

카타르 정부는 이번 사태를 국가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자국 내 이란 외교관들을 추방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이란과 걸프국·이스라엘·서방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던 카타르의 중재 외교도 올스톱되고 이란·카타르 관계도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이 카타르와 함께 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UAE는 자국 내 에너지 시설을 긴급 폐쇄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사우디에서는 19일 이슬람권 12국 외무장관 회의가 열리던 수도 리야드로 이란이 미사일을 날리자 회의장 부근에서 요격 미사일이 발사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이란 수뇌부에서는 연일 강성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온건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스전 공습 직후 X에 “이번 공격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며,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 인프라 타격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아무런 이득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전쟁 발발 초기에는 걸프국을 겨냥한 보복 공격에 사과하는 등 유연한 모습을 보였던 그의 발언 수위도 점점 강경해지는 모습이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새로운 수준의 대결이 시작됐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을 예고했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습이 이번 전쟁의 양상을 근본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 핵 시설이나 미사일 기지를 주로 노렸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이란 경제의 ‘돈줄’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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