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2170원에 산 기름을 1800원에 팔라고요?
가격 인상 상위권 대부분 차지
정부 압박에 손해보며 팔기도

“대통령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장사하실지 물어봐 주세요.”
정부와 시민단체 ‘석유시민감시단’이 매일 공개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후 가격을 가장 많이 올린 주유소 명단’에서 19일 1위에 오른 주유소의 업주 A씨는 “정부는 가격을 내리라고만 하는데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항변했다.
주민이 900여명 남짓한 섬 장봉도(인천 옹진군)에 있는 이 주유소는 현재 휘발유 가격이 L(리터)당 2150원이다. 이란 전쟁 전보다 300원 오른 가격이다. 하지만 A씨는 “이재명 대통령은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유소가) 부당이득을 챙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지만 이 가격도 손해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9일 L당 2170원에 휘발유 3만L를 들여왔다. 나흘 뒤 최고가격제가 시행되면서 전국 정유사 공급가가 L당 1724원으로 고정됐지만, 이미 높은 값에 들여온 재고를 어쩔 수 없는 처지다. 섬이라 유류 운송비도 추가로 들었다. A씨는 원가를 반영해 가격을 400원 올렸다가 명단 1위에 오른 것이다. 한 번 들여온 물량을 다 파는 데 대략 2~3개월 걸린다. 이 때까지 ‘가격 인상 주유소 1위’라는 낙인을 면할 길이 없다. ‘세무조사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정부의 압박에 A씨는 “몇백원은 더 받아야 겨우 마진이 남는 상황인데 어제 100원 낮췄다”며 “3개월 동안 수입은커녕, 몇백만원을 빚져야 할 판”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이후 가격 인상 폭이 큰 주유소 10여 곳을 매일 공개하며 압박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는 가격 인상 주유소에는 세무 조사와 담합 조사를 진행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고발도 검토한다는 강경 입장이다.
하지만 명단에 오른 주유소들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외딴 지역이고 이용객이 적으며, 한 번 채운 재고를 소진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곳들이다. 공개된 12곳 중 7곳이 인구 2만명 미만 면(面) 지역이고, 4곳은 2만~3만명 수준인 읍(邑)이다. 인구 밀집 지역 주유소는 3일 안팎이면 재고를 소진하지만 이런 주유소들은 짧게는 3주, 길게는 3개월 걸린다.
명단에 오른 또 다른 주유소 사장 B씨는 “이달 6일 L당 2000원에 2만 L를 들여와 지금 1800원대에 팔고 있다. 이 물량을 다 팔면 약 600만원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작은 동네에 사는 것도 죄라면 죄”라며 “명단을 공개하는 건 (주민들 보고) 우리 욕하라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이들 주유소 업주들은 “영세 주유소는 L당 마진이 10~20원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런 영세 주유소에 대한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은 결국은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도매 공급가에만 적용된다. 주유소 판매가를 직접 규제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최고가격제를 어기는 주유소를 신고해 달라”는 글을 올렸다. 소비자들이 주유소를 최고가격제 위반 주체로 오해하게 만드는 메시지였다.
정부는 정유사에 대해선 손실 보전 방안을 검토하지만 영세 주유소에 대한 대책은 언급조차 안 되고 있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이대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호소가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며 “이들을 위한 손실 보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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