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일가족 비극… ‘무직’ 아빠 생활고 시달려, 엄마는 구치소에
유서엔 “혼자 키우기 너무 힘들다”
기초생활수급, 아빠가 신청 안해
지난 18일 울산 울주군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가족 5명이 심각한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울주군과 울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18일) 울주군 온산읍 한 빌라에서 숨져 있는 A(34)씨와 자녀 4명이 발견된 것은 초등학교 1학년이던 큰딸(7)의 담임 교사의 신고 때문이었다. 사건 당일 사흘째 등교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교사의 “아동 방임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 안에서 쓰러져 있는 A씨 가족을 발견한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A씨 유서에는 ‘아내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혼자 아이들을 키우기 너무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식탁 위에는 먹다 남은 햄버거 2개와 감자튀김이 있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가끔 일용직으로 일했을 뿐 별다른 직업이 없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아내가 범죄에 휘말려 작년 말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이달 들어서는 아이들이 학교와 어린이집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웃 주민 윤모(85)씨는 “올해 초만 해도 어린이집 차량이 아침마다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 모습을 봤는데, 최근 들어 어린이집 차량도, 아이들도 보이지 않았다”며 “그 예쁜 애들이 그렇게 됐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 주인은 “가끔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와서 외상으로 라면과 과자 등을 가져간 뒤 돈을 갚곤 했었다”며 “아이들은 장난도 치고 행복해 보였다. 학대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2~4월에는 아내가 신청해 울주군으로부터 긴급 생계비와 주거비 805만원을 지원받았고, 쌀과 휴지, 라면 등 생필품과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을 지원받기도 했다. 다만 기초생활수급자 등을 신청하지 않아 정기적인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울주군 관계자는 “A씨 집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어리고, 위생 상태도 안 좋아 복지급여 신청을 하라고 안내했지만, A씨가 ‘필요없다’며 거부했다”면서 “좀 더 설득해서 지원을 받았다면 이런 비극이 없었을텐데...”하며 아쉬워했다.
경찰은 A씨 가족이 숨진 시점은 16일 저녁이며,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유서가 발견돼 A씨가 처지를 비관해 자녀들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부검 및 주변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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