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Creator] ’15초 멜로디’의 여왕 “이번엔 봄 노래했죠”

최보윤 기자 2026. 3. 2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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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경 ATT서울 대표, ‘스프링’ 앨범 발매
음악 감독이자 라이프 스타일 크리에이터인 전수경 대표가 그녀의 집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경식 기자

광고를 보며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되는 CM송, 브랜드가 바뀌어도 오래 머릿속에 남는 그 멜로디들. 그 뒤에는 이름을 잘 알 수 없는 수많은 음악가가 있다. 전수경 음악감독이 그 대표적인 주인공이다. 2004년부터 일을 시작해 TV CF의 황금기를 관통하며 한 달에 30여 편, 지금까지 수천 곡의 광고 음악을 작업했다. 하지만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핵안보정상회담 주제가, 평창올림픽 음악까지. 그는 끊임없이 ‘경계를 넘는’ 음악인이었고, 그때마다 업계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그랬던 그녀는 또 한 번의 장벽을 넘어선다.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 레이블을 세우고, 지난해 말 ‘붉은 산수’의 이세현 작가와 커버를 협업한 앨범 ‘윈터’를 발표한 데 이어 한국 미술계 거장 김현식 작가와 커버를 협업한 ‘스프링’ 앨범을 연달아 선보인다. 최근 그녀를 만나 ‘경계를 허무는 삶’에 대해 들었다.

이번 앨범은 그녀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회사 ‘ATT서울’를 설립한 이후 시도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매 계절마다 젊은 음악가들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참여해 음악과 시각 예술의 협업을 통해 하나의 계절을 새로운 감각으로 해석하는 시리즈다. 지난 ‘윈터’ 앨범은 락, 재즈, 발라드, 아카펠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젊은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겨울의 감성을 담아냈으며, 이번 스프링 앨범에선 새로운 시작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은 봄의 정서를 음악적으로 풀어냈다.

전수경 ATT서울 대표는 “전문성이 곧 배타성으로 통용되는 업계의 관행을 깨고 싶었다”면서 “젊은 음악가들이 자기 음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의 고뇌가 담긴 창작행위를 존중하며 대가를 지불하는 대신, ‘공짜’를 당연시하는 문화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의사한테는 수술비를 깎아달라고 하지 않잖아요. 정신적인 치유와 위로, 또다시 살아나갈 힘을 주는 음악이란 예술 장르가 신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장식품처럼 대우받는 분위기를 깨고 싶었습니다.”

자신도 어려웠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십 대 초반 광고 음악 어시스턴트 시절 받은 첫 월급은 80만 원. 365일 쉬는 날은 거의 없었고, 명절 대목은 더욱 바빴다. 2년가량 그 돈을 받다가 100만 원이 넘어갔을 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열정’으로 버텼다는 얘기다. TV를 틀면, 극장에 가면 자신이 만든 음악이 쉴새 없이 쏟아져나오는데 자부심과 보람도 느꼈지만 ‘전문가’로 대접받을수록, 그녀를 옥죄는 영역 간 칸막이는 더욱 높아졌다. “누군가는 나서서 벽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광고 음악 감독이 기획서도 쓰고, 오케스트레이션(관현악 편성)도 하고, 미술 전시와 협업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야죠.”

전수경 대표의 다음 목표는 음악과 미술, 행위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경계 없이 소통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꺾이지 않는 힘으로 계속 시도하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 15초의 프레임을 깨고 나온 자유로운 예술가의 영혼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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