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트럼프 '호르무즈 메시지'…복잡해진 한국 셈법

정소영 2026. 3.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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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국에 호르무즈 역할론 재차 제기
정부 “한미 긴밀 소통”…신중 태도 유지
日 제한적 참여 땐 韓 부담 커질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싸고 동맹국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한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민의례 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싸고 동맹국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한국 정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각에선 향후 동맹국에 대한 방위·통상 압박의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과 관련해 "한미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교 소통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함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요청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 중이다.

이번 사안의 출발점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도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군함을 보내 해협을 보호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한 군함 파견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이후에도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들을 향해 "받은 만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거듭 내놨다.

하지만 다수 동맹국들이 선뜻 호응하지 않자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더 이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지원이 필요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며 "일본,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테러국가 이란의 잔재를 제거해 버리고 이른바 그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가 지도록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그러면 우리의 반응 없는 동맹 중 일부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사진은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뉴시스, AP

문제는 이 발언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뒤집혔다. 백악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를 여전히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유럽과 걸프·아랍 지역 동맹국들과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동맹국들이 나서서 더 많은 역할을 해줄 것을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날 소셜미디어에 "우리가 테러국가 이란의 잔재를 제거해 버리고 이른바 그 해협의 책임을 이용 국가가 지도록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그러면 우리의 반응 없는 동맹 중 일부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적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공급받는 아시아·유럽 국가들이 실질적 수혜자인 만큼 미국이 모든 안보 비용을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압박성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미국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공식 파병 요청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16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고 중동 정세와 한미 관계를 논의했다. 외교부는 이번 통화가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루비오 장관이 중동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국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식 압박을 가볍게 봐선 안 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의 발언이 향후 협상 카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국과 일본 등 16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조사와 보복 조치의 근거가 되는 제도로, 미국이 정무적 판단에 따라 안보와 통상 현안을 연계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통화에서 "두고 봐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성격 상 딴지를 걸 가능성이 있다"며 "무역법 301조 조사 속도나 조사 과정에서 타 국가들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입 비중이 적지 않아 해협 안전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지만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쉽게 발을 들이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은 지난 2023년 5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해 중인 대형 컨테이너선과 선박의 모습. /AP.뉴시스

여기에 일본 변수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오는 20일(한국시간) 열리는 미일정상회담 결과가 1차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호르무즈 해협에 전력을 직접 투입하는 데는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정보 제공, 해상 감시, 조사·연구 명목의 제한적 참여 등 절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본이 제한적 참여 의사를 밝히면 한국이 받게 될 외교적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파병 관련) 할 수 있는 건 하고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다고 분명히 전할 것'이라고 했다"며 "정보 수집 차원에서 군함을 보내는 정도로만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아직 파병 공식 연락을 못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미일정상회담 이후) 파병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입 비중이 적지 않아 해협 안전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미국 주도의 군사작전에 쉽게 발을 들이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교전 위험이 남아 있는 해역에 군사력을 투입하는 문제는 국내 여론과 국회의 동의, 법적 정당성, 군사적 목적의 명확성 등을 모두 따져야 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하루 단위로 달라질 수 있지만 동맹의 기여 문제를 중동 사안과 연결해 압박하는 큰 흐름 자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은 공식 요청 여부보다 미국이 이 사안을 향후 방위비, 통상, 대외 기여 문제와 어떻게 연동할지를 더 주의 깊게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되, 실제 요청이 올 경우 대응 가능한 선택지를 미리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up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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