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경제가 무기가 된 시대
美, 달러 결제망서 이란 퇴출
값싸도 맘껏 못 사는 세계
韓, 경제안보 전략부터 세워야

미국 정치 유튜브 ‘브레이킹 포인츠’에서 최근 화제가 된 장쉐친의 영상을 봤다. 예일대를 나와 중국 베이징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는 그는 게임 이론으로 지정학적 이슈를 설명해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후 이달 3일 올라온 인터뷰 영상은 2주 새 조회수가 850만회를 넘었다. 도입부에 그가 2024년 미 대선 전에 했다는 세 가지 예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 미국·이란 전쟁, 그리고 그 전쟁에서 미국이 진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미국 패배 이유는 요약하면 이란이 소위 ‘페트로(석유) 달러’ 체제를 공격하는 전략을 펴기 때문이다. 사우디 등 걸프국은 원유를 팔고 달러를 받는데, 이를 ‘페트로 달러’라고 한다. 걸프국들은 이 돈을 미국의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테크기업 등에 투자하는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고 걸프국을 공격하면 이런 순환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음모론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강대국이 아니어도 경제를 무기로 쓸 수 있다는 메시지다. 앞서 미국은 2018년 이란 정부의 달러 구입을 금지하고 달러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에서 이란의 주요 은행을 퇴출했다. 미국은 핵·미사일 개발 저지 등 정치적 목적으로 전쟁을 시작했지만 경제 이슈로 커졌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으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곧 경제가 무기가 됐다. 원유, 천연가스가 넘치는 러시아의 돈줄을 죄기 위해 미국은 달러 결제망에서 강대국인 러시아도 쫓아내는 초강수를 뒀다. 달러의 무기화다. 그러자 러시아는 흑해를 봉쇄해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막았고 글로벌 식량 가격 폭등을 불렀다. 미국은 9% 넘는 물가 상승세가 닥치자 금리를 확 올려야 했다. 인플레이션 후폭풍으로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재선을 포기했다. 작년 4월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 세계에 ‘상호 관세’ 카드를 꺼낸 것,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를 만지작거리는 것 등도 모두 경제 수단을 무기로 든 대표 사례다.
경제가 무기가 되는 시대를 분석하는 ‘지경학(地經學·geoeconomics)’도 뜨고 있다. 1990년대 군사 전략가 에드워드 루트워크가 ‘지정학에서 지경학으로’란 논문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당초 지경학은 관세, 경제 제재, 공격적 통화 절하, 희토류 규제 등 경제적 수단을 군사적 갈등 해결에 쓰는 사례들을 분석했다. 하지만 경제 이슈가 전쟁을 부르고 전쟁에서 경제가 무기처럼 사용되는 것도 분석하는 등 연구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다양한 예측도 쏟아진다. 미국 지정학 전문가 피터 자이한은 미국이 셰일 원유를 개발해서 중동 중심 원유 공급망에 집착할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중동에서 군사적 갈등이 터질 것이란 전망을 이미 2017년 내놓기도 했다.
과거 1·2차 세계 대전 등에서도 경제가 무기가 됐다. 그러나 1980~2010년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 풍미하면서 그런 개념은 쇠퇴했다. 그러다 최근 다시 선명해졌다. 경제와 안보를 따로 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싸고 좋은 물건은 어느 곳과도 사고팔 수 있다’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수출·수입선뿐 아니라 에너지원을 다변화하고 산업 구조도 재편할 필요가 있다. 세계 1위 조선업을 바탕으로 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미국의 관세 압력을 일부 피했던 것도 되새길 만하다. 다만 근시안적으로 대응하다 스텝이 꼬일 우려가 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2040 경제안보 전략’ 식으로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장기 플랜부터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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