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백신 부작용과 정부의 책임 회피

곽래건 기자 2026. 3. 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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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2월 10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으로 시민에게 3차 접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1월 22일, 모더나 백신으로 3차 접종을 받았다. 이튿날부터 왼쪽 가슴에 통증이 시작됐다. 응급실에서 피검사를 해보니 심장 호르몬의 일종인 BNP(뇌나트륨이뇨펩티드) 수치가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 이후 운동이나 산책으로 심장 박동이 올라가면 가슴이 조여왔다.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6개월간 운동 부하 검사, 심장 초음파, 48시간 심전도 검사, 심장 MRI 등 수많은 검사를 받았다. 의료진은 “백신 말고는 다른 원인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확한 인과관계와 기전은 밝혀내지 못했다. 의사는 “염증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검사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피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관리청은 인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백신 부작용으로 알려진 이상 반응에 흉통은 없다”는 이유였다. 의사는 ‘백신 때문’이라고 했는데, 정부는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혼자만 겪은 일이 아니다. 대형 병원에 백신 접종 후 심장 통증을 호소한 이들이 수없이 찾아왔다. 대부분 젊었는데, 명확한 진단을 받은 사람은 극소수였다. 실제로 10만433건이 접수된 백신 피해 보상 신청 중 정부가 인과성을 인정한 것은 24.8%다. 이 비율이 높아 보이는 건 전체 부작용의 96%를 차지하는 경증 인정률이 25.7%이기 때문이다. 중증 인정률은 6.5%, 사망은 1.1%에 불과하다.

그런데 ‘인과성이 없다’는 정부 판단이 잘못됐다는 법원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2021년 6월 백신 접종 후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군청 공무원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인과성이 없다’며 피해 보상을 거부했다. 1심 법원은 지난 1월 ‘인과관계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뒤집었다. 이런 판례가 계속 쌓이고 있다.

정부 판단을 뒤집은 법원 판결에는 공통점이 있다.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백신 때문이라는 추론이 불가능하지 않으면 인과성이 증명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랐다.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코로나) 백신이든 안전성을 정부가 약속하고 책임진다”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탈이 나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고통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 글은 피해를 보상받으려는 탄원서가 아니다. 기자보다 더 심한 중증을 겪었거나, 사망한 분이 적지 않다. 의학으로 완벽히 입증할 수 없지만, 코로나 백신이 영향을 미친 이들이 분명 섞여 있을 것이다. 국가가 믿으라고 해서 사회 전체를 위해 백신을 맞은 이들에게 정부가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고통과 불신을 방치한다면 앞으로 다른 팬데믹 사태가 닥쳤을 때 국민이 정부의 백신 접종 요청을 순순히 따를까? 신뢰 없는 통제는 무용지물이다. 진정한 방역은 책임 있는 인정과 사과에서 시작된다.

코로나19 백신피해자 가족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백신피해 관련 국가상대 손해배상 청구 및 질병관리청장 직무유기 형사고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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