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짜리 은퇴식 치르는 K원전 1호기…한국 새 먹거리라는데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3. 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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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앞둔 고리 1호기 가보니
내달 석면 제거작업부터 시작
비용 1조원·12년 걸리는 사업
해체 역량 확보해 글로벌 진출
바로 옆 2호기는 재가동 준비
이르면 29일부터 재운전할듯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가 고리 원전 1호기 터빈실에서 해체를 앞둔 터빈과 발전기, 복수기, 배관, 펌프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원자력발전) 시작도 끝도 최초가 되겠습니다.”

고리 원자력발전기 1호기 안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문구다. 대한민국 최초 상업 원전의 역사를 써온 고리 1호기는 ‘첫 번째 은퇴’를 앞두고 있다. 공식 업무를 마친 것(영구중단)은 2017년이지만 지난해 6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체 승인을 받았다. 사전 준비 작업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철거에 들어간다. 비용만 1조원 이상, 용지 복원까지 12년이 걸리는 대형 사업이다.

지난 18일 부산 기장군 소재 고리 1호기 내부가 해체 승인 후 처음으로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내부 곳곳에는 ‘미사용 설비’라는 빨간 글씨가 붙어 있었다. 40년간 15만기가와트시(GWh) 전력을 만들어낸 시설의 마지막 모습, 전 국민이 3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고리 1호기는 멈췄지만 바로 옆에 있는 고리 2호기의 터빈이 돌아가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고리 1·2호기 발전기와 터빈은 격벽을 사이에 두고 붙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가 곧 해체될 고리 1호기의 시설을 설명하는 동안, 인접한 고리 2호기에서 터빈 작동음과 신호음이 계속 들렸다. 고리 1호기가 해체를 준비하는 사이,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아 재가동 준비에 한창이었다.

바로 옆에 있는 원전의 가동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해체하는 건 까다로운 작업이다. 권하욱 한수원 공사관리부장은 “고리 2호기의 안전 운전을 전제로 고리 1호기를 즉시 해체할 것”이라고 했다. 해외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철거하기도 하지만, 한수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작업의 난도가 크게 올라가는 것을 감수하고 바로 해체하기로 했다.

원전 해체 기술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내 첫 사례인 고리 1호기 철거 경험을 발판으로, 글로벌 원전 해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권 부장은 “2037년까지 용지 복원까지 마쳐 모든 해체 작업을 마무리하고 역량을 확보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고리 2호기는 영구 폐쇄되지 않은 원전 중 가장 오래된 원전으로, 노후 설비 226개 품목을 교체하고 전력케이블까지 바꿨다. 최동철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제1발전소장은 “임계 전 시험을 26일 오전 5시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원안위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허가 일정에 따라 29일 또는 4월 초로 기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해체는 전 세계의 숙제다. 세계 핵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설계수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은 130기로 추정된다. 2050년에는 410기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원전 하나당 1조원꼴이니 거대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현재 원전 해체 역량을 가진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이미 10기 이상의 원전 해체 경험을 보유하고 있고, 전문 기업도 2곳이 있다.다만 웨스팅하우스가 만든 고리 1호기 모델은 현재 미국에서도 해체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국이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원전은 건설만큼이나 해체도 어렵다. 핵심 시설 주변의 비방사선 구역을 먼저 철거하고 이후 반응로 등 방사선 구역을 차례대로 해체한다. 첫 단계는 터빈과 이어진 펌프의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권 부장은 “고리 1호기가 1970년대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석면 성분이 포함돼 있다”며 “석면을 먼저 제거해야 배관과 기기 철거도 가능하다”고 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석면 제거 작업이 진행되면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된다. 각종 배관과 터빈, 발전기부터 주변 외곽 설비를 철거한다. 한수원 측은 연말부터 터빈과 발전기 해체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미 가동된 지40년 이상 지나 재사용은 불가능해 철강 자원 등으로 재활용될 전망이다.

이후 핵연료가 들어 있는 방사선 구역 해체에 들어간다. 건물 표면부터 계통까지 꼼꼼하게 제염한 후에 차례대로 들어내는 작업이다. 돔 모양 건물 안에 있는 원자로도 기계를 통해 하나씩 철거하고 전용 보관함에 담아 폐기한다. 일반 산업 폐기물로 처리되는 주변 시설과 달리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 보내 드럼통에 담아 방사성폐기물로 저장한다.

모든 시설을 다 철거하고 나면 잔류 방사능을 측정하고 안전성을 검토한 후 용지를 복원하는 것까지가 원전 해체 작업이다. 한수원은 2035년부터 용지 복원에 들어가 2037년에 모든 해체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철거용 로봇과 레이저 절단 등 관련 기술은 현재 국내에서 연구개발 중이다. 현재 해체 기술의 약 90%가 국산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해체 과정은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는 만큼, 고리 1호기가 철거되는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역량은 다른 원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이번 경험으로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고리 1호기가 국내 원전 중에서는 처음 해체되는 만큼 원안위가 일일 현장점검과 6개월 주기의 정기 점검을 통해 안전하게 이해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라고 밝혔다. 기장 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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