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세금으로 집값 올리나.. "신축약정 폐지해야"
공사비연동형 폐지 불구, 감정평가도 ‘고가매입’ 논란 지속
신축약정매입, 부동산 과열·민간 특혜의 온상으로 지목
경실련 “LH는 약정매입 중단하고 공영주택 직접 지어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9일 성명을 통해 “혈세를 낭비하고 부동산 과열을 부추겨온 신축매입약정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는 전날 매입임대주택 매입가격 개선방안을 내놓고, 신축주택 약정매입 시 적용해오던 공사비연동형 산정방식을 감정평가로 단일화한다고 밝혔다. LH는 이를 통해 가격 산정 절차의 불투명성을 개선하고 세금 낭비를 줄이겠다고 강조했지만,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본질을 가린 생색내기”라고 지적한다.
공사비연동형은 2024년부터 제한적으로 시행된 시범제도로, 절차 지연과 고가매입 논란이 이어지자 LH가 이미 2026년부터 적용을 중단하기로 한 제도였다. 결국 제도 변화가 새롭지 않다는 비판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감정평가 방식 자체가 공공자금 낭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는 점이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세금이 아니라 내 돈이라면 이 가격에 매입했겠느냐”고 비판한 시기 역시 공사비연동형 도입 이전인 2023년 초였다. 경실련은 “매입가격 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가매입의 근본 원인인 신축약정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은 특히 신축매입약정이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택을 사들이면서 도심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8평 규모 오피스텔은 민간 거래가 2억9000만 원 수준이었지만 LH는 약정 매입을 통해 한 호당 3억5000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LH가 매입임대주택 사업에 투입한 예산은 21조 원에 달한다. 공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시장에 집중 투입하자 부동산 유동성이 늘고, 집값 하락은커녕 오히려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과거 “1억 원짜리 집을 지어 LH에 1억2000만 원씩 받고 판다는 얘기가 있다”며 “LH를 호구로 삼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금 낭비가 심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실련은 “정부 수반까지 문제를 인식했는데도 정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신축매입약정 제도가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이익을 보장해 사실상 특혜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경실련은 서울시의 한 의원 가족회사가 매입임대주택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고가로 매각해 85억 원의 개발이익을 챙긴 사례를 대표적 예로 들었다. SH가 직접 개발했더라면 그만큼의 국민 세금이 절감됐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LH의 내부 비위도 심각하다. 국회 김종양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LH 매입임대 사업과 관련한 부정 사례는 24건에 달했다. 가족 소유 주택을 매입하거나, 금품·향응을 받고 외부 브로커와 결탁해 주택을 고가로 사들이는 등 각종 비리가 이어졌다.
LH 인천본부 직원이 내부자료를 외부로 유출하고 금품을 받은 사건에서는 실형 8년이 선고됐다. 이러한 사례들은 매입임대제도가 구조적으로 부패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 또한 공공기관이 직접 주택을 사들이는 현행 구조가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주택 매입에 나선 공기업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나서면, 민간 개발업자들은 공기업을 안정적인 매도처로 삼아 사업을 확장하고, 이는 곧 토지 가격과 건축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경실련은 “LH가 공급자가 아닌 매입자로만 남는 한, 도심 주택시장은 결코 안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실련은 정부와 LH가 일부 제도 손질로 문제를 덮지 말고 신축매입약정 자체를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축매입약정은 공기업이 민간업자의 ‘숙주’가 되어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이유다.
경실련은 “집값 거품이 극심한 지금, 매입임대 정책을 지속하는 것은 서민 주거 안정을 해치는 자충수”라며 “공공주택 공급은 LH가 직접 짓는 방식으로 전환해 시장을 안정시키고 가격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