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없이도…한겨울 강원도에선 바나나가 익어갑니다

지열·태양열로 내부 온도 유지
유가 치솟아도 난방비 걱정 ‘뚝’
커피콩·자몽 등 품목 확대 기여
양구 등 15개 지자체서 속속 도입
“지열을 이용해 유리온실 내부 온도를 조절해요. 석유 난방을 할 때보다 난방비가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비무장지대(DMZ)에 인접한 강원 양구군 해안면 이현리 마을에 들어서자 대형 유리온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에서 불과 2~3㎞ 떨어진 최전방으로, 양구군은 이곳에 ‘지역 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을 설치했다. 온실 안으로 들어가니 온기가 온몸으로 밀려왔다. 3월 중순에도 야산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는 주변 풍경과는 사뭇 다른 온도였다.
스마트팜 내부의 약 3966㎡ 면적을 빌려 ‘설향’ 품종 딸기를 재배하는 청년 농업인인 김재현씨(29)는 “지금 같은 날씨에도 낮에는 25~28도, 밤에는 8~10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절기에 이 정도 규모의 딸기 농사를 하려면 기름값으로만 매월 1000만~1200만원가량이 드는데 지열 시스템을 이용하면서 난방비가 400만~500만원까지 줄었다”면서 “이곳에 5만3000주의 모종을 심어 올해는 2.5t 안팎의 딸기를 수확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중동 전쟁으로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난방비가 적게 드는 지열 시스템을 활용한 덕분에 겨울이 길고 추운 강원도의 특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시설 재배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양구군은 고품질의 딸기, 토마토 등을 생산하기 위해 ‘펀치볼 마을’로 알려진 해안면 이현리 일대에 200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4㏊ 규모의 첨단 농업 시설인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여기에 4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지열 에너지를 활용한 ‘저탄소 에너지 공동 이용 시설’도 설치했다. 현재 청년 농업인 4개 팀이 이곳에 입주해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4월에는 5개 팀이 더 들어와 토마토 재배를 시작할 예정이다.
연제경 양구군 농업정책과 스마트농업팀 주무관은 “지열 시스템은 난방뿐 아니라 여름철 냉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 설비 고장 등 비상시에 대비해 난방용 경유 보일러도 설치했지만 아직 단 한 번도 가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열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임대형 스마트팜을 운영하거나 구축을 추진 중인 자치단체는 강원 양구를 비롯해 삼척, 양양 등 전국 15곳에 달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부터 공모 방식으로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 사업을 추진하며 유류 등 화석에너지를 배제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난방 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생활 쓰레기를 태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이용해 난방하는 ‘스마트팜 온실’을 만든 자치단체도 있다.
인제군은 2024년 21억3600만원을 들여 북면 월학리 383-3번지 일원에 4950㎡ 규모의 스마트팜 온실을 조성해 다양한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온실에서 300m가량 떨어진 환경자원센터에서 발생한 소각로의 폐열과 ‘영농형 태양광’을 활용해 온실 내부 온도를 1년 내내 10~15도 이상으로 유지한다. 토마토 등 농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기도 한다.
강원도에서 바나나, 커피콩, 자몽 등 각종 열대작물이 잘 자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700도 이상의 폐열로 물을 데우고, 뜨거운 증기를 가둬 난방에 이용하는 방식이어서 소각로 정비 기간을 제외하면 난방비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박홍륜 인제군농업기술센터 자원교육팀장은 “기피 시설로 여겨지던 환경자원센터의 소각로 폐열을 활용해 교육과 체험뿐 아니라 수익 모델까지 갖춘 스마트팜 온실을 운영하다보니 주민들의 호응도 높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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