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10년 도로데이터, 하루면 끝”...GPU 개발 자율주행차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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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시그니아 호텔 앞에 빨간색 메르세데스 벤츠가 멈춰 섰다.
엔비디아 개발자대회 'GTC 2026'이 한창이던 현장에서 기자가 조수석에 올라타자 엔비디아 자율주행 부문 엔지니어 아르만 카니가 운전석에 앉아 차량을 출발시켰다.
시승한 차량에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모델 '알파마요'가 적용됐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차량 개발에는 약 100만시간 규모에 달하는 인간 주행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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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엔비디아 솔루션 도입
테슬라가 10년간 쌓은 데이터
GPU 기반 인프라로 따라잡아
자율주행 진입장벽 크게 낮춰
양사 “레벨4까지 협업 강화”

차는 사람이나 차량이 없더라도 정지 표지판 앞에서는 규칙대로 완전히 멈췄고 순서가 되자 다시 출발했다. 비보호 좌회전은 물론 점선으로 이어진 자전거 차선을 활용한 우회전, 좁은 도로에서 장애물 회피 등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교차로를 통과하던 중 신호가 노란불로 바뀌자 다소 급하게 감속해 멈춰 섰는데, 정지선을 조금 넘어섰다. 카니는 “정지선을 지키기 위해 불필요하게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며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라면 정지선 1m 이내에서 승차감을 우선해 편안하게 감속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시승한 차량에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모델 ‘알파마요’가 적용됐다. 레벨2++ 단계인 만큼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할 경우 개입해야 하지만, 주행 내내 위험하거나 불안한 순간은 거의 없었다. 카니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올해 말 미국 전역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는 우버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레벨4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량 주행 방식은 테슬라의 FSD나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운행 중인 구글 웨이모 로보택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차이는 학습 방식에 있다. 테슬라와 웨이모가 오랜 기간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해 성능을 끌어올린 반면, 엔비디아는 현실 세계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공간에서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반복해 모델을 빠르게 개선하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이 차량 개발에는 약 100만시간 규모에 달하는 인간 주행 데이터와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활용됐다. 하지만 수만 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동원하면 수백만 시간 분량 시뮬레이션도 단 하루 만에 돌릴 수 있다.
안전성과 확장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차량에는 주변 환경 인식을 위한 카메라 10개와 레이더 5개, 주차 보조용 초음파 센서 12개가 탑재됐다. 라이다(레이저 시각화 탐지 및 거리 측정)는 없고, 정밀지도(HD맵)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이 같은 구조는 자율주행 시장 진입장벽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지금까지 웨이모와 테슬라가 이 시장에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10년 가까이 축적한 실도로 주행 데이터와 대규모 운영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GPU 인프라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상황을 가상으로 빠르게 생성하고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이날 GTC 현장에서 열린 ‘피지컬 AI 라운드테이블’에서 레브 레바레디언 엔비디아 옴니버스·시뮬레이션 부문 부사장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예외 상황 데이터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후발주자도 자율주행 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얻게 됐다”며 “현대자동차 역시 엔비디아 기술을 빠르게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활용하려는 ‘하이페리온’은 엔비디아 자율주행 기술을 차량에 적용하기 위한 레퍼런스 아키텍처다. 알파마요가 자율주행차의 판단과 추론을 담당하는 AI 두뇌라면, 하이페리온은 이를 실제 차량 위에 올리기 위한 센서 구성, 컴퓨팅 칩, 안전 체계,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플랫폼에 가깝다. 현대차는 일부 차종에 엔비디아의 레벨2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먼저 적용한 뒤, 중장기적으로 레벨4 로보택시까지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원호섭 특파원·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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