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거래대금 이틀 뒤 지급…그간 왜 당연시했을까?

내년 10월 시행될 경우 자본 효율성 향상 개미 투자 편의성 제고
해외 투자자는 시차 탓 불편…K증시 기피 땐 경쟁력 약화 우려도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 결제주기 단축을 강조하면서 현행 ‘T+2’(거래 2영업일 뒤 대금 지급)가 금융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거래소 목표대로 내년 10월 결제주기 단축이 이뤄질 경우 국내 증시의 자본 회전이 빨라지고 개인 투자자의 편의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결제주기 단축이 외국인의 국내 증시 참여를 제약해 국내 증시에 되레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주식을 오늘 팔았는데 돈은 왜 모레 주나”라며 국내 주식시장의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주식 거래 뒤 2영업일 뒤 결제가 이뤄지는 T+2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주식 주문이 월요일에 체결돼도 실제 돈(대금)과 주식은 이틀 뒤인 수요일에 받는 구조다. 대량의 주식과 돈이 오가는 만큼 거래소가 증권사 간 거래를 정산·정리(청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탁결제원이 결제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외상으로 거래하는 ‘미수거래’도 T+2에 따라 진행된다.
미국, 인도 등은 ‘T+1’(거래 1영업일 뒤 대금 지급)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가령 월요일에 주식 매도 주문을 체결하면 화요일에 매도 대금을 받는다. 2027년 T+1으로의 단축을 추진하는 유럽과 발맞춰 거래소와 예탁결제원도 같은 해 10월을 목표로 준비를 해왔다.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시장의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주문 시점과 결제 시점 간 간극이 클수록 가격이 변동하거나 상대방이 돈이나 증권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증권사가 일종의 ‘보증금’으로 청산기관인 거래소에 내는 증거금도 커지면서 증권사 부담도 높아진다. 그러나 결제주기가 단축되면 사고 가능성이 줄어든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외상을 갚아야 하는 날이 빨라지는 만큼 미수거래 유인이 줄어 관련 리스크가 줄어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4년 5월 결제주기를 단축한 것도 ‘밈 주식’으로 변동성이 커지고 증거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본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결제주기 단축의 장점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내야 할 증거금이 줄고, 일반 투자자는 대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아 투자에 나설 수 있어 거래대금 회전도 빨라진다.
결제주기 단축 시 부작용도 있다. 환전 등 절차를 통해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자의 경우 한국이 T+1을 채택할 경우 시차 때문에 거래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진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4년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북미와 유럽보다 시간대가 앞서 있어, 해외 투자자들에게 결제주기 단축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국내 주식시장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
대규모 인프라 수정 작업이 필요한 만큼 관계기관은 신중한 검토를 통해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예탁결제원은 “T+1 단축은 업계 전반에 걸친 영향이 상당해 시스템 구축 등에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외국인 투자자 시차 문제, 업무 단계별 여유시간 축소에 따른 운영 위험 증가와 아시아 지역의 도입 시기 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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