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요금은 ‘0원’·행복은 ‘빵빵!’…의령군 버스 완전공영제
[KBS 창원] ["우리 버스 안 오면 큰일 나요. 다리가 아파서 못 걷는데 되나요? 허리가 아픈데. 버스가 (우리를) 도와주는거야. 나이 많은 사람들 다른 건 필요 없어요."]
이곳 시골 사람들에게 길은 곧 삶입니다.
장날의 설렘도, 병원으로 향하는 간절함도 이 길 위에 몸을 실어야만 닿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경제 논리 속에서 사라질 뻔한 서민의 발, 버스가 다시 힘찬 시동을 걸 수 있게 됐습니다.
지갑 속 동전 소리 대신 정겨운 인사가 오가는 의령의 버스!
세상에서 가장 가볍지만 가장 든든한 버스에 함께 올라타 봅니다.
인구 2만 5000여 명의 소도시, 의령군!
이곳은 그동안 민간 운수업체가 버스 노선을 운영해 왔는데요,
하지만 만성 적자로 인해 해마다 버스 노선은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노선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버스가 유일한 교통수단인 주민들은 행여나 버스가 사라질까 늘 걱정이 앞섰습니다.
[김인자/의령군 주민 : "옛날에는 버스가 들어왔는데 (만약에) 앞으로 안 들어오면 우리 못 살아요. 나이 많은 사람들은 (버스가) 자식보다 더 좋아요."]
경남도와 의령군은 주민들의 이런 교통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경남형 버스 완전공영제'를 추진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경남에서는 처음인데요.
민간 운수업체가 운영하던 차량과 노선권, 터미널 운영권까지 모두 의령군이 인수하고 새단장을 거쳤습니다.
[문미경/의령군 건설교통과 과장 : "교통을, 이윤을 남기는 '산업'의 논리가 아니라,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 서비스'이자 '복지'의 관점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입니다. 군이 직접 터미널을 관리하고 버스를 운영함으로써, 노선 폐지 걱정 없는 안정적인 이동권을 군민들께 되돌려드리는 것이 이번 사업의 본질입니다."]
'의령 빵빵버스', 버스요금 0원이라는 의미의 '빵원'과 경적소리 '빵'에서 착안해 만든 재미있는 이름인데요.
군민들의 이동권을 책임지겠다는 의령군의 의지까지 '빵빵하게' 담았다고 합니다.
최근 '빵빵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표정이 한결 더 밝습니다.
매일 같이 병원을 가고 장을 오가야 하는 어르신들에겐 버스비마저도 부담이었는데요.
하지만 이제 집밖을 나서는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습니다.
[왕양자/의령군 운곡마을 : "좋지요. 처음에 탔을 때 버스비를 내다가 안내니까 이상했어요. 그런데 자꾸 타니까 괜찮고 차비 안 챙겨서 편하고."]
[정경옥/의령군 남산동 : "제가 칠곡에서 이쪽으로 오는 것만 1,700원이 들고 마을버스와 빵빵버스는 돈이 안 드니까 좋죠. 고맙죠."]
'버스완전공영제'가 반가운 건 주민들뿐만이 아닙니다.
버스기사 28명의 고용도 달라졌는데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으로 고용이 보장됐습니다.
민간 소속에서 의령군 직영 체계로 변화되면서 운전대를 잡는 마음도 조금 달라졌다고 합니다.
[정영석/의령군 버스 기사 : "의령군 공무원으로서 제일 처음 자부심을 느끼고 이전에 해왔던 급출발, 급정거, 불친절 이런 거 모두 버렸습니다. 공무원으로서 아주 친절하고 손님들 타시면 최대한 안전하게 모셔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강우진/의령군 버스 기사 : "버스 요금제가 무료가 되니까 ‘이렇게 해도 되냐’, ‘너무 고맙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합니다."]
그동안은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교통 소외지역의 불편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했었는데요.
경남도와 의령군은 주민들의 마음을 먼저 읽고 해결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앞으로 경남 전역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의령의 '교통복지'는 이제 시작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빵빵버스'를 넘어 이제 더 촘촘하고 똑똑한 교통 지도를 그려 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요응답형 교통'과 '브라보 택시' 등을 활용해 버스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 굽이진 길의 끝까지 공공교통의 손길이 닿게 한다는 계획입니다.
[문미경/의령군 건설교통과 과장 : "버스가 못 가는 집 앞까지 찾아가서 주민들을 버스 정류장이나 터미널로 모셔다드리는 거죠. 버스와 택시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교통 사각지대를 완전히 없애는 것, 그것이 의령이 꿈꾸는 '이동권의 완성'입니다."]
["진짜 좋아요."]
지갑은 비우고, 마음은 채우고!
무료 버스가 주민들에게 가져다준 건 경제적 여유만이 아닙니다.
이웃을 만나고, 세상을 마주하고, 나의 존재를 확인하는 '이동의 자유'를 선물했습니다.
'빵빵버스'의 힘찬 경적 소리가 의령 곳곳에 울릴 때 지역 주민들의 세상도 그만큼 넓어질 겁니다.
["빵빵버스 파이팅! 최고!"]
구성:신미연/촬영·편집:김동민/내레이션:신유진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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