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가덕도신공항 다시 묻기
꿈을 꿨다. 매립이 한창인 바다가 보였다. 결국 신공항 건설의 첫 삽을 떠버린 것일까. 나는 방파제 위에서 날았다. 나는 새였다. 사람들은 나를 가창오리라 불렀다. 큰 무리와 함께, 벌떼처럼 장관을 이루며 움직이는 새.
가덕도 앞바다는 바다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상괭이 두셋이 잠시 보였는데 이내 멀어지고 있었다. 마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상괭이들은 가덕도 앞바다를 크게 한 바퀴 돌고는 천천히 멀어졌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지구상 모두에게 열린 바다.
얼마나 지났을까. 날은 더워지고, 뜨거워지고, 바닷속 지형도가 변하고 해수의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숱한 물살이가 살 곳을 잃고 밀려나거나 예상치 못한 죽음을 맞고 있었다. 나는 계속 바람을 타며 섬의 앞바다 상공에 머물렀다. 나의 친구와 연인과 가족들은 어느 틈엔가 보이지 않는다. 전쟁과 학살 소식이 들려온다. 이 불안정한 세계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나는 잠시, 군 공항으로 전용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신공항을 떠올린다.
가덕도신공항. 2035년 완공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넉넉한 기간이 아니다. 꿈속에서는 방파제 안쪽 바닥의 연약 지반을 안정화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는 빠듯했다. 사람들은 서로를 채근했다. 그러다 바다에서 인명사고 났지만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잠깐의 애도. 그리고 곧바로 조류 퇴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조류 충돌은 사람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공사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고, 무려 10조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된 공사다. 지역에선 공항이 경제를 살리고, 교통 편의성이 좋아지며, 국제무역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것은 중요한 바람이기에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말 공항이어야 할까.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면서, 기후생태적 감수성이 결여된 결정이다. 건설 과정에서 위험천만함이 지적돼, 어렵게 수의계약을 체결했던 현대건설마저 포기했다. 여섯 차례나 유찰됐다. 시운전 기간에도 공사를 지속하면 얼추 공기 내에 완료할 수 있다고 한다.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수심이 20m로 깊고, 해저는 암석이 아닌 물컹물컹한 점토층이다. 완공 이후 부등침하가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불확실하다.
폭발음이 울렸다. 섬 전체가 진동했고, 붉은배새매 떼가 날아가던 산봉우리가 흔들렸다. 새와 동물들이 도망칠 곳은 없었다. 매립지는 내해가 아닌, 뻥 뚫린 외해를 향해 뻗어 있었다. 완충 없이 몰아치는 거센 바람이 그대로 섬을 덮쳤다. 그때 새들이 다시 날아오고 있었다. 계절마다 하늘길을 따라 향해 오던 그 방향 그대로, 산봉우리를 향해.
또다시 폭발음이 울렸다. 꿈이 흔들렸다. 용산에서는 한 활동가가 새 대통령에게 죽음의 신공항 건설을 중단해 달라고, 다시는 고통스러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외치고 있었다. 나는 현실로 돌아와 전화를 건다. 가덕도가 잘 있는지 묻는다. 부산의 활동가는 특별법 폐지를 위한 10만 서명운동이 쉽지 않다며 말끝을 흐린다. 착공이 예고된 10월은 아직 오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 공항이 무엇을 지우게 될지,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윤은성 시인·기후생태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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