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할증료 급등에 지역 여행객·업계 직격탄
여행 상품 취소·환불 문의 잇따라
무안공항 여파 이어 여행업계 ‘이중고’
항공료·환율 부담에 장거리 수요 위축

"무안공항 폐쇄 이후 사실상 영업이 멈춘 상황에서 타지역 공항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유류 할증료까지 오르니 숨통이 더 조여옵니다."
중동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여행업계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무안국제공항 폐쇄로 이미 기반이 흔들린 광주·전남 지역 여행업계는 유류할증료 인상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넘어 '삼중고'에 직면했다.
19일 지역 관광업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4월 발권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18단계로 적용할 예정이다. 이는 2022년 10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유류할증료는 항공 운임과 별도로 부과되는 비용으로, 발권 시점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여행 상품 가격에 즉각 반영되는 구조다.
현장에서는 이미 수요 위축 조짐이 뚜렷하다. 최근 중동을 경유하는 유럽행 여행상품을 중심으로 취소와 환불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 유럽 노선 상당수가 중동 경유 구조에 의존하고 있어 대체 항공편 확보가 쉽지 않고, 직항이나 우회 노선으로 전환하더라도 좌석 부족과 비용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상품은 항공료 상승으로 기존 대비 수십만 원 이상 가격이 오르며 예약 자체가 주춤하는 분위기다.
일부 여행객들은 중동을 경유하는 노선 대신 가까운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으로 여행지를 변경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울며 겨자먹기 수준이다.
위험 지역은 경유하지 않지만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인한 항공권 가격 인상은 피하지 못해서다.
오는 4월 가족여행을 앞둔 임문기(49)씨는 "부모님이 더 연로해지기 전에 추억을 만들고자 1년 전부터 여행을 준비해 왔는데, 이번 중동 사태 이후 예상보다 비용이 크게 늘었다"며 "온 가족이 기다린 여행이라 취소하기도 어렵고, 부담도 커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정유·항공·여행이 하나의 가격 사슬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사의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항공사 유류할증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면 결국 해외여행 상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구조다. 특히 장거리 노선일수록 유류할증료 비중이 커 미국·유럽 등 주요 노선의 가격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역 여행업계가 이미 정상적인 영업 기반을 잃은 상태라는 점이다. 무안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삼았던 지역 여행사들은 2024년 12월 제주항공 참사 이후 항공편 중단과 공항 폐쇄 장기화로 큰 타격을 입었다. 업계에서는 매출이 80~90% 급감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으며, 연관 산업 피해 규모도 1천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류할증료 인상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행 패키지는 여행사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지만, 중동 경유 불안과 항공료 상승이 동시에 겹치며 상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여행사들은 청주·김해 등 타지역 공항 출발편으로 상품을 재편하거나 우회 노선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미 높아진 비용 구조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광주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차영호 대표는 "무안공항 사고 이후 간신히 타지역 출발 상품으로 버텨보려던 상황에서 유류할증료까지 오르니 사실상 삼중고"라며 "중동 경유 유럽 상품뿐 아니라 장거리 여행 전반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여행사들은 고객들에게 이달 내 항공권 선발권을 권유하고 있다. 유류할증료가 출발일이 아닌 발권일 기준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4~5월 출발 상품이라도 3월 안에 결제하면 인상 전 할증료를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이는 유류할증료 인상이 단순 전망이 아닌 실질적인 비용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충격이 여행상품 가격 인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주유소 기름값 상승이 가계 전반의 소비 여력을 압박하고, 이는 여행과 같은 선택 소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 기능이 축소된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이동 선택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비용 상승 체감도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여행사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이 주유소 가격과 항공비, 여행상품 가격으로 연쇄 전이되면서 지역 소비와 관광 산업 전반을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며 "무안공항 이후 회복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가와 환율, 항공 변수까지 겹치며 예약 자체가 끊기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