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숨은 지휘자' 박세용 대전예당 감독

송인걸 선임기자 2026. 3. 1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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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위치가 10㎝만 바뀌어도 객석에서 듣는 소리가 달라집니다. 악기 음색과 연주자 수에 따라 최상의 자리를 찾아 세팅해야 합니다."

박세용 감독은 이날 저녁 7시30분 막 올리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내한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서 그랜드 피아노 위치, 협연할 다른 악기 연주자들의 자리를 정하느라 입에서 무전기를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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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향 클라리넷 연주자 출신, 2003년 무대감독으로 변신
“예술 잘 아는 음향·조명 전문가 없어 투신…20여년 공연 만족도 높여”
내한 공연 뉴욕필 지휘자 로린 마젤 ‘대전 공연 환상’극찬 받아
박세용 대전예술의전당 무대감독이 18일 아트홀에서 이날 저녁 막올리는 유키 구라모토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송인걸 선임기자

"피아노 위치가 10㎝만 바뀌어도 객석에서 듣는 소리가 달라집니다. 악기 음색과 연주자 수에 따라 최상의 자리를 찾아 세팅해야 합니다."

봄소식을 머금은 단비가 내린 지난 18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박세용 무대감독을 만났다. 박세용 감독은 이날 저녁 7시30분 막 올리는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내한 공연을 앞두고 무대에서 그랜드 피아노 위치, 협연할 다른 악기 연주자들의 자리를 정하느라 입에서 무전기를 떼지 못했다.

유키 구라모토는 따뜻하고 서정적인 곡들을 연주해 널리 알려진 피아노 연주자다. 그는 이날 대전예당에서는 1부에서 피아노 솔로 9곡을 연주하고 2부에서는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연주자들과 함께 11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박 감독은 "피아노 솔로는 마이크가 필요 없지만 컬래버 공연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다른 악기 소리가 균형을 이뤄야 해 음향이 필요하다"며 "유키 구라모토의 연주는 아주 감성적인 섬세함을 관객에게 전해야 하므로 피아노의 위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감독은 "현악기는 섬세한 음을 내는 악기이므로 무대 앞쪽, 관악기는 다소 무게감이 있는 소리를 내므로 그다음, 금관악기는 강한 소리를 내니 좀 더 뒤쪽에 배치한다. 오케스트라의 악기 배치도 이렇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음향을 강조하는 것은 대전예당 아트홀이 다목적 공연장이기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 클래식, 뉴에이지, 재즈, 무용, 연극 등 공연에 따라 음향과 조명을 다르게 세팅해야 배우와 연주자는 물론 관객들도 편안한 감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목원대학교 음악대학에서 클라리넷을 전공하고 1994년부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비상임 클라리네티스트로 활동한 연주자 출신이다. 그가 연주 활동을 뒤로하고 지난 2003년 무대감독으로 변신한 것은 엉터리 무대 연출 때문에 공연이 망가지는 사례가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학교에서 조교 하면서 공연을 기획하고 음향회사에서 아르바이트 하며 쌓은 경험을 살려 무대감독을 해보겠다고 호기롭게 손을 반짝 들었죠. 동료 연주자들이 고마워 하고, 또 무대연출 기법 등을 공부해 좋은 공연을 뒷받침하는 데 보람을 느끼다 보니 스태프로 20여 년을 보냈습니다."

박세용 대전예술의전당 무대감독이 18일 유키 구라모토 공연을 위해 음향을 점검하고 있다. 송인걸 선임기자

초보 무대감독 시절인 2004년 대전예당이 자체 기획한 오페라 '마술피리' 리허설 때 기계 고장으로 무대 세트를 바꾸지 못해 진땀을 흘리던 일은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동안 겪은 애환은 어마어마하지만, 공연이 막을 내린 뒤 좋은 평가를 받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 가장 기억에 남는 칭찬은 지휘자 로린 마젤의 이메일"이라고 했다. 로린 마젤은 2006년 11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대전에서 공연한 뒤 귀국해 대전예당에 '대전 공연은 최고였다. 음향, 조명, 관객 호응도 모두 너무 좋았다' 는 내용의 감사 이메일을 보냈다.

"무대가 아름다운 것은 감동적인 공연을 선보여 박수를 받는 주인공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대 뒤에서 공연을 위해 헌신하는 스태프가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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