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청소년 흡연 조장"…규제 사각 무니코틴 전자담배
온·오프라인 매장에 버젓이
흡입형 비타민도 손쉽게 구매
"유통 관리·제도 보완 필요"

19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한 전자담배 무인매장. 출입문에는 '무니코틴 전자담배'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고, 매장 안에는 직원 없이 자판기 형태로 전자담배 기기와 액상이 진열돼 있었다. 구매 절차를 눌러보자 신분증 확인 안내 문구가 떴지만, 실제로는 신분증과 구매자 얼굴을 대조하는 절차가 없었다. 타인의 신분증만 있으면 미성년자도 제품을 살 수 있는 허술한 방식이었다. 성인 인증 장치가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청소년 접근을 막는 장벽은 사실상 무력했다.
인근 약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주 동구 한 약국 진열대에는 일반 의약품 사이로 '비타민' 문구가 적힌 흡입형 제품이 놓여 있었다. 겉보기에는 건강보조 제품처럼 보였지만, 청소년 유해물건 표시나 별도 안내는 제대로 눈에 띄지 않았다. 현행법상 담배 형태의 비타민 흡입제는 청소년 판매가 금지된 유해물건인데도 현장에서는 이를 분명히 알리는 장치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무니코틴'이나 '비타민'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경계심이 크게 낮아진다는 점이다. 담배가 아니라는 인식이 먼저 자리 잡으면서 흡입형 제품에 대한 접근 자체가 쉬워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800개 표본학교 중·고등학생 6만명을 조사한 결과 일반담배 흡연율은 2024년 남학생 5.8%, 여학생 3.8%에서 지난해 남학생 5.4%, 여학생 2.8%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은 늘고 있다. 두 가지 이상 제품을 함께 사용하는 중복사용률은 2019년 47.7%에서 지난해 61.4%로 상승했고,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 2.9%는 일반담배 흡연율 3.3%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광주·전남 청소년 흡연 지표 역시 우려를 키운다. 광주는 2019년 6.5%에서 2022년 7.0%로, 전남은 5.7%에서 6.3%로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무니코틴 제품과 흡입형 비타민 제품까지 일상 공간으로 파고들면서 청소년들이 별다른 경계 없이 흡입형 제품을 접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심은 제도 공백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니코틴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어 무니코틴 제품은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그 결과 성분 관리나 청소년 판매 제한 같은 핵심 규제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무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성인 인증이 형식적으로 이뤄지거나 로그인만으로 구매가 가능한 경우도 적지 않아 사실상 청소년 접근이 방치된 상태다.
실제 성인 인증이 미비한 상태에서 전자담배 기기 구매가 가능하다고 홍보한 온라인 게시글은 2020년 202건에서 2024년 1천338건으로 6배 넘게 증가했다. 일부 온라인에서는 전자담배 액상에 불법 성분을 섞어 판매한다는 게시글까지 유통되면서 단순한 청소년 흡연 문제를 넘어 유통 관리 전반의 허점까지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청소년에게 손쉽게 노출되고 있는 만큼 성분 관리와 청소년 보호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주시약사회도 최근 약국을 상대로 유해물건 표시 점검과 연령 확인 강화를 안내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광주시약사회 관계자는 "최근 대학약사회에서도 청소년 보호를 위한 담배 형태 비타민 제품 판매 주의 안내문이 내려왔다"며 "청소년 유해물건 표시 여부를 점검하고, 판매 시 연령 확인을 강화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