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검찰 보완수사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태준 기자 2026. 3. 1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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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보완수사 통해 누락된 부분 재검토…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돼”
“범죄 피해자의 사회 복귀, 다각도의 객관적 시선 보장될 때 가능”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지난 2022년 5월22일 발생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중수청·공소청법 논쟁이 일단락되면서 검찰개혁의 핵심 쟁점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권 법사위 강경파는 "보완수사권을 예외적으로도 남겨선 안 된다"며 논의를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반면 정부는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보완수사권 존폐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러한 제도적 담론 속에서 보완수사의 실효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가명·여)씨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피해 구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 18일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경찰의 초동 대응과 수사 방향, 증거 확보 과정에 아쉬움이 있었다"며 "피해자로서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김씨에 따르면 당시 수사는 가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설정되어 그대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로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던 김씨에게는 매우 불리한 환경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누락된 부분들이 재검토되고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서 사건에 대한 판단이 보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결과의 변동을 넘어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고 있다는 과정 자체에서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사법 체계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정의했다. 그는 "보완수사는 특정 기관의 권한 문제를 초과하여 간과된 사실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필수적인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한 "범죄 피해자에게는 단일 기관의 판단보다 다각도의 객관적 시선이 보장될 때 사회 복귀를 위한 회복 과정이 원만해진다"며 사각지대를 남기는 개혁은 결국 힘없는 국민들에게 또 다른 피해를 전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3년 6월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김씨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가해자 이아무개씨는 당초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강간살인 미수가 적용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연합뉴스

검찰의 보완수사로 인해 어떻게 피해 구제를 받았나.

"사건 이후 수사 과정에서 여러 부분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느꼈다. 특히 초동 대응과 수사의 방향, 증거 확보 등에서 아쉬움이 있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감정이 컸다. 단적인 예로 사건이 검찰로 넘어오기 전까지는 속옷에 대한 DNA 검사조차 실시되지 않은 상태였으며, 이처럼 초동 수사 단계에서 확인되었어야 할 중요한 부분들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가해자의 진술을 중심으로 수사 방향이 설정되고 흘러가고 있기도 했다. 기억이 없는 해리성 기억상실 장애를 얻은 피해자에게는 너무나도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빠져 있던 부분들이 다시 검토되고, 추가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면서 사건에 대한 판단이 보다 보완됐다. 이는 단순히 결과가 달라졌다는 의미를 넘어서, 소통을 하고 있다는 그 과정 자체가 피해자로서 '내 이야기가 다시 제대로 다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었다. 결과적으로 보완수사는 저에게 법적 판단의 보완뿐만 아니라, 피해자로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경험이 됐다. 저는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의 피해 구제라고 생각한다."

경찰의 초동수사 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경찰의 초동수사 단계에서는 제가 기대했던 수준의 수사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인 제가 개입할 수 있는 순간이 없었다. 특히 저는 사건 당시 기억을 잃은 상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를 당한 것 같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피해자가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수사기관이 객관적인 증거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확인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입증) 책임이 오히려 피해자에게 돌아온 듯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후 디지털 포렌식 자료를 제가 직접 엑셀로 정리해 보니, 사실상 자백에 가까운 수준의 정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들이 초기 수사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당시 수사는 피해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웠고, 이는 이후 보완수사를 통해 다시 확인된 과정들이 왜 필요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필요하다고 보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 실수를 인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사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저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무조건 지지한다기보다는, 보완수사라는 장치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러한 절차가 없다면 한 번의 수사 과정에서 놓쳐진 부분들이 그대로 남게 되고, 그로 인해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가 겪은 과정에서도 초기 수사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던 부분들이 보완수사를 통해 다시 확인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완수사는 특정 기관의 권한 문제를 넘어서, 놓쳐진 사실들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범죄피해자에게는 한 명의 판단보다 여러 명의 객관적인 시선이 있어야 사회로 돌아오는 회복의 과정이 더 원만해진다. 게다가 정말 힘없고 성실히만 살아온 국민들이 이 피해를 오롯이 받게 될 것이기에, 저는 개혁이 국민에게는 또 다른 피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가해자 이씨가 지난해 5월 22일 부산진구 한 거리에서 피해자 김씨를 따라가고 있다. 지난 2월12일 이 사건 선고공판을 방청한 김씨는 "가해자가 죄수복이 미어터질 정도로 굉장히 몸집이 커졌다"고 했다. ⓒJTBC 방송화면 캡처

인터넷에 올라오는 악성 게시글로 인해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들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있는 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누구보다도 범죄를 겪고 싶지 않을 사람들이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한다. 제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2차 가해를 하는 순간 그것은 결국 타인을 공격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두려움과 나약함을 드러내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 행동을 스스로 돌아보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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