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보이지 않으면 빛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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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가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가 걸작으로 남기 어렵듯 흙 속에 묻힌 진주도 제 빛을 드러낼 수 없다.
기업이 설명에 나설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 설명할수록 합당한 평가와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성실한 IR 활동을 펼치는 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 정례적 기업설명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정보 생산과 확산을 촉진하는 공공 인프라 조성이 함께 고민될 때 기업들도 더 자신 있게 시장과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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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가 한 번도 보지 않은 영화가 걸작으로 남기 어렵듯 흙 속에 묻힌 진주도 제 빛을 드러낼 수 없다. 기업의 가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과 뚜렷한 성장성을 갖췄더라도 시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면 그 가치는 온전히 평가받기 어렵다.
최근 코스닥 시장은 1000선을 넘어서며 시장의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현장에서 만나는 우리 코스닥기업들 역시 연구개발(R&D)과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며 치열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현실이 있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의 증권사 보고서 발간 비율은 40.1%에 그쳤다. 무려 60%에 달하는 기업이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증권사 분석 보고서도 받지 못한 셈이다.
이는 증권사나 애널리스트들의 무관심 탓이 아니다. 대형주 위주로 편중된 자본시장의 수익 구조 속에서 스몰캡(중소형주) 리서치는 철저한 비용 논리에 밀려 왔다. 그 결과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 구조화됐고 코스닥 기업들은 애널리스트 시야에서 자연스럽게 비껴 있었다.
다행히 올해 들어 다수의 증권사들이 코스닥의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해 스몰캡 담당 인력을 속속 늘리고 있다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자본시장이 먼저 긍정적인 변화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누적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보 불균형이라는 ‘시장의 실패’ 구간을 단숨에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이 홀로 모든 소통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전문 인력을 별도로 두기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의 현실, 그리고 공시와 회계 등 날로 무거워지는 규제 대응 부담 속에서 체계적인 기업설명(IR)까지 병행하는 것은 결코 가벼운 과제가 아니다. 문제는 기업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인 여건의 제약에 더 가깝다.
IR은 기업과 투자자가 꾸준히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이다. 특히 증권사 리서치 커버리지가 닿지 않는 코스닥기업에 IR은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다. 그렇기에 이 막중한 역할을 기업의 자율적 노력과 비용에만 온전히 맡겨두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제는 정책적 관점에서 IR 환경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기업이 설명에 나설수록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라 설명할수록 합당한 평가와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성실한 IR 활동을 펼치는 기업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 부여, 정례적 기업설명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 정보 생산과 확산을 촉진하는 공공 인프라 조성이 함께 고민될 때 기업들도 더 자신 있게 시장과 마주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환경이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기업 스스로 각고의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정기적인 기업설명회와 성실한 공시, 시장의 질문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이 꾸준히 이어질 때 기업을 향한 이해와 신뢰도 비로소 두터워진다. 특히 기술 중심의 코스닥 기업일수록 R&D 성과와 사업 전략을 시장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이지 않으면 빛날 수 없다. 코스닥 기업들이 저마다의 경쟁력과 잠재력을 시장에 마음껏 펼쳐 보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시장의 평가는 더욱 공정하고 예리해질 것이다.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성실한 소통, 그리고 자본시장의 뜨거운 관심이 맞물려 돌아갈 때 코스닥의 진정한 밸류업과 코리아 프리미엄도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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