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종묘 앞 개발 갈등 격화, 유네스코 실사부터 순리 따르라

서울 종묘 앞 세운지구 재개발 사업이 국제사회 경고와 공공기관 고발 사태로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문화재 발굴 조사가 끝나지 않은 종묘 부근 ‘매장유산 유존지’를 허가 없이 시추한 게 도화선이 됐다. 국가유산청이 지난 16일 매장유산법 위반 혐의로 SH를 고발하고 19일 “국제기준을 준수하라”는 전문가들 경고까지 나왔지만, 서울시와 SH는 공사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문화재 보호에 심각한 인식 부재를 드러낸 것이어서 개탄스럽다.
SH의 무단 시추 작업은 공공행정의 오만과 독선이 임계점을 넘었단 걸 보여준다. 역사적 가치가 큰 유물이 산재한 세운4지구에서 시추와 같은 현상 변경을 할 때는 반드시 국가유산청의 사전 검토를 거치고 시추 과정에 전문조사기관이 참관해야 한다고 매장유산법은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SH는 “지반 조사를 위한 단순 작업”이라며 허가 없이 단독 조사를 통해 최대 38m 깊이로 11곳을 파헤친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유산청이 시정조치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이날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위원들이 SH 측에 재심의를 촉구한 건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절차 누락이 아닌 문화유산 훼손 행위임을 방증한다.
더 큰 문제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불신이다. 유네스코는 70m 높이 제한을 깨고 140m대 마천루를 세우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이미 두 차례 경고를 했고, 지난 14일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달 말까지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경우, 오는 7월 부산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종묘를 ‘보존 의제’로 올리고 현장실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만약 종묘가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다면 문화유산 행정의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유산보존지구가 아니어서 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업을 밀어붙일 태세다. 불통·밀어붙이기 행정의 피해는 결국 시민 몫이란 걸 서울시는 명심해야 한다.
한번 훼손된 문화유산과 국제사회의 무너진 신뢰는 온전히 되돌릴 수 없다. 영국 리버풀이 항구 재개발로, 독일 드레스덴이 교량 건설로 인해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한 수치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서울시는 당장 종묘 앞 매장유산 보존지의 불법 시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유네스코 영향평가부터 순리를 따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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