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가스전 ‘단독 공격’… 최대변수 된 ‘독불장군’ 네타냐후
이란 즉각적 반격, 중동전역으로 에너지 전쟁 비화
트럼프 확전 자제 시도… 이스라엘과 미묘한 균열
‘네타냐후 변수’ 부상, 종전 가를 최대 불확실성

중동 전쟁이 개전 3주를 넘기며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간 양측이 암묵적으로 지켜온 ‘원유·가스전 시설 공격 불가’라는 금기가 깨지면서,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위협하는 ‘경제 전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의 분수령은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남부 아살루예 정제시설 단지를 전격 폭격하면서 시작됐다. 이는 오발을 제외하면 양측이 의도적으로 피해온 금기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첫 사례다.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가스 생산의 약 70%를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곳 일부 광구의 가동 중단과 함께 정제시설까지 손상되면서, 이란의 에너지 수출이 어려워지고 이란 내 만성적인 가스·전력난이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공격이 “이란의 구조적 에너지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단순한 군사 타격을 넘어 국가 기반을 흔드는 전략적 공격이라는 평가다.
이란의 대응은 즉각적이었고 의도도 분명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아닌 제3국, 그것도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거점 중 하나인 카타르 라스라판 산업단지를 겨냥했다.

카타르 국방부와 국영 에너지 기업에 따르면 이틀 연속 이어진 미사일 공격으로 가스 액화시설과 LNG 설비에 화재와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 라스라판은 글로벌 LNG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허브로, 이곳의 차질은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 에너지 시장에 충격을 전이시키는 구조다.
이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에너지 시설 공격은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추가 보복을 예고했다. 실제로 UAE 합산 가스시설이 미사일 파편 영향으로 가동을 멈추고, 사우디 원유 수출 통로까지 위협받는 등 전선은 빠르게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해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 선을 다시 돌파했고, 글로벌 금융시장과 물가에도 불안 요인이 증폭하고 있다.
이 같은 확전 양상 속에서 미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에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했으나, 이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선을 그었다. 동시에 그는 이란에 “에너지 시설을 서로 공격하지 말자”는 사실상의 휴전 제안을 내놓았다.
이는 이란이 카타르 공격을 중단하면 이스라엘의 추가 가스전 공격도 막겠다는 메시지였다. 유가 급등과 전쟁 장기화가 미국 경제와 정치에 부담이 된다는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계산이 미국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가스전 공격이 의도한 확전 전략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란을 자극해 주변 산유국을 공격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명분으로 전쟁을 ‘유전 전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란이 카타르를 공격하면서 전쟁은 이스라엘-이란 양자 구도를 넘어 지역 전체를 흔드는 양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랍 및 이슬람 지역 국가 외교장관들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디에서 회동을 하고 한목소리로 이란의 걸프 국가들에 대한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을 규탄하며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변수로 떠오른다. 그는 현재 부패 혐의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전쟁이 종료될 경우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약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네타냐후가 국가 안보 명분과 개인적 정치 생존을 결합해 전쟁 지속을 선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란의 핵 능력 완전 제거라는 목표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장기전을 통해 정치적 시간을 벌고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전쟁의 향방은 이란의 대응보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전략,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미국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연쇄적으로 붕괴하며 세계 경제가 충격에 빠지는 상황이다. 이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에너지 시설 공격이 맞물리며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도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서는 해협을 주로 이용하는 국가들이 나서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지만, 포화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는 국가는 없다.
전쟁의 불길이 ‘에너지시설 파괴’라는 마지막 금기를 넘어선 지금, 조기 종전을 위한 열쇠는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의 확전 의지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가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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