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윈윈할 고용유연성' 띄운 이 대통령… "'해고는 죽음' 아닌 환경 만들어야"
李, '쉬운 정규직 해고' 제안... ''사회안전망 전제"
"안전망 확충 비용 부담은 혜택 보는 기업 몫"
채용 공고 '임금 향후 협의' 지적 "정보 적어야"
경사노위, 계엄 후 15개월 만 사회적 대화 재개
의제 주요 키워드 '저출생 고령화·AI와 일자리'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19일 닻을 올렸다. 경사노위는 노동계와 재계, 정부가 대화를 통해 관련 이슈의 해법을 찾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대화가 재개되는 건 12·3 불법 비상계엄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출범 첫날 이 대통령은 '고용유연성 확장'을 대화 주제로 꺼내 들었다.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쉬운 정규직 해고'를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규정하면서도, 노동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기 위해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새정부 1기 경사노위 출범식에 이어 열린 노동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경사노위 본위원 등과 노동 시장 양극화 해법을 토론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의 발단이 '고용 경직성'이라고 봤다. '해고 시 생계 곤란→해고를 막기 위한 정규직 노조의 극단 투쟁→사측의 정규직 채용 회피와 비정규직 확대→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탓에 노동 시장의 이중구조(좋은 일자리와 열악한 일자리로 극명히 나뉘는 것)가 고착화했다는 진단이다.
이 대통령은 산업 경쟁이 국제적으로 치열한 상황이기에 기업의 고용 유연성 확대 요청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노사 간 신뢰가 무너진 터라 보완책 없이 고용 유연성만 넓히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동계가 고용유연성을 양보하는 대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그 비용은 고용 유연화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부담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기업도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자는 '해고는 곧 죽음'이라고 여기지 않게 돼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노사 불신"이라며 "첫 출발은 서로 마주 앉아서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라고 경사노위를 독려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처음 고용 유연성 문제를 언급한 뒤 노사정 대화 기구가 첫발을 뗀 날에 다시 대화 주제로 던졌다.
그러나 노동계에선 이 대통령의 해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토론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금도 고용과 해고가 아주 경직돼 있지는 않다고 본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용 유연성이 확대되면 노동자의 지위와 권리가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 "채용 공고에 월급 정보 왜 없나"

이날 청년 일자리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청년 노동계에선 채용 공고 때 임금 정보 공개 의무화를 제안했다. 경사노위의 청년 대표 노동계 위원인 한다스리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노조 위원장은 "수많은 채용 공고에서 임금은 '회사 내규에 따름'이나 '면접 후 협의'라고 표기돼 지원자가 쉽게 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보 비공개가 청년의 저임금 고착화란 결과를 낳는다"며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건 법률로 채용 공고 시 임금 명시를 의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기업이 채용 공고에 임금 정보를 알리지 않아도 법 위반이 아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아주 일리 있는 말"이라며 "예를 들면 상하 10%를 벗어나지 않는 평균 정도로는 (공개가) 필요한 것 같다"고 호응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대통령이 신속 조치를 주문하자 "정부에서 임금 정보를 취합해 산업별로 표준적인 임금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노사 협상을 촉진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저출생 고령화·AI와 일자리' 대화 키워드로

한편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 의제의 주요 키워드로 '저출생 고령화·인공지능(AI)과 일자리'를 택했다. 이날 새 정부 출범 후 첫 본위원회를 열고 주요 현안별 7개의 특별·의제별·업종별 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는데 '인구구조 변화와 일자리 공론화 특별위원회'는 김지형 위원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노사정 대표자들만 모이던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형 공론화 기법을 처음 시도한다.
의제별위원회는 5개가 꾸려진다. △AI 전환에 따른 노사 상생 위원회 △청년 일자리 희망 위원회 △소규모 사업장 산재 예방 실효성 제고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위원회 △노사관계 제도 발전 위원회 △공무원·교원 노사관계 제도개선 위원회 등이다. 업종별위원회 주제는 '석유화학산업 불황에 따른 지역 고용·경제 지원'으로 정해졌다.
노동계 대표성 부족은 한계로 지적된다. 경사노위에는 양대노총 중 한국노총만 참여하고 있다. 1999년 경사노위의 전신인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민주노총은 이번에도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아쉬워하면서도 "삼고초려의 자세로 때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美 "미사일 능력 파괴했다"는데… 이란이 전쟁을 지속하는 방법-국제ㅣ한국일보
- '방송인 출신' 전 서울시의원, 돈 빌린 뒤 잠적 의혹… 피해액 10억 원-사회ㅣ한국일보
- 생활고에 자녀 4명과 숨진 30대 아빠... 현장엔 햄버거 봉지와 유서가-사회ㅣ한국일보
- 015B 이장우 아내, 알고 보니 백만장자 작명가 박대희… 대저택 공개까지-문화ㅣ한국일보
- 운전석 덮친 화물차 바퀴… 다친 버스기사, 끝내 숨졌다-사회ㅣ한국일보
- 울산 울주 빌라서 30대 남성·자녀 4명 숨진 채 발견… '미안하다' 유서-사회ㅣ한국일보
- 김영환 충북지사, '컷오프' 항의 삭발... "나를 칠 사람은 도민 뿐"-사회ㅣ한국일보
- '기장 살해' 부기장, 피해자 동선 파악 후 사전답사…3년 전부터 치밀한 계획-사회ㅣ한국일보
- "농협이 이러면 되나" 대통령 한마디에… 기름값 올린 농협주유소 즉각 가격 인하-경제ㅣ한국일
- 화장실 이용하면 대소변 구분해 보고… 日 기업 이상한 '근태 관리'-국제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