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메친 재능·열정…세계를 잇는 ‘방탄칠성’

기적(奇跡):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이한 일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 내게 주어진 운명의 증거/ 너는 내 꿈의 출처”(‘DNA’ 중)
저마다 랩에 미쳤다. 춤에 미쳤다. 노래에 미쳤다. 하지만 이 7명의 미친 사내는 한동안 그 어디에도 미치지 못했다. 에스엠(SM), 와이지(YG), 제이와이피(JYP) 같은 브랜드가 붙지 않은 아이돌, 연습생도 다 나가고 이제 이렇게 7명만 남은 아이돌,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의 아이돌이 보여줄 것은 열정과 실력뿐이었다. 2013년 6월13일, 소리 소문 없이 그들이 데뷔했다.
“별거 없는 중소 아이돌이 2번째 이름이었어/ 방송에 잘리기는 뭐 부지기수/ 누군가의 땜빵이 우리의 꿈”(‘바다’ 중)
“하루의 절반을 작업에 쩌 쩔어/ 작업실에 쩔어 살어 청춘은 썩어가도/ 덕분에 모로 가도 달리는 성공가도”(‘쩔어’ 중)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은 대자본, 많은 인력, 레거시 미디어의 벽을 뚫을 비밀병기가 돼줬다. 합숙소에서 요리를 하거나, 랩과 춤에 몰두해 연습하고, 자기들끼리 게임을 하는 걸 몇초부터 길게는 수십분까지 메이크업 없이, 편집 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마침 트위터(현 엑스)·유튜브의 영향력이 세계적으로 폭증하던 시기였다. 엔(N)스크린 시대가 열렸다. 전세계의 젊은 세대는 거실 티브이(TV)와 부모 곁을 떠나 태블릿피시(PC)와 스마트폰에서 자신들의 세계를 발견했다. 각자의 방에서 시작한 각자의 항해는 마침내 하나의 신대륙을 찾아냈다.
“Lonely lonely lonely whale/ 이렇게 혼자 노래 불러/ 외딴섬 같은 나도/ 밝게 빛날 수 있을까/ … / 끝없는 무전 하나/ 언젠가 닿을 거야/ 저기 지구 반대편까지 다”(‘Whalien 52’ 중)
“왜 자꾸만 감추려고만 해/ 네 가면 속으로/ 내 실수로 생긴 흉터까지/ 다 내 별자린데”(‘Answer: Love Myself’ 중)
2017년부터는 그들이 멀리서 동경만 했던 미국 시장이 눈앞에 다가왔다. 다섯번째 미니앨범 ‘러브 유어셀프 승 허’(LOVE YOURSELF 承 ‘Her’)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빌보드 200) 7위에 오르더니 수록곡 ‘마이크 드롭’(MIC Drop)은 싱글 차트(핫 100) 18위에 안착했다. 이듬해인 2018년,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는 마침내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의 맨 꼭대기를 차지했다.
“이젠 목적도 모르는 채/ 달리지 않아/ 꿈이 없어도 괜찮아/ 네가 내뱉는 모든/ 호흡은 이미 낙원에”(‘낙원’ 중)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 아미에게는 국경도 언어도 없다. 마치 ‘방탄어권’처럼 그들은 그들의 언어로 말한다. 방탄소년단의 가사를 한글로 몸에 새기고 ‘아이 러브 유’(I love you), ‘즈 템’(je t’aime), ‘아이시테루’(愛してる) 대신 ‘보라해’라고 서로를 향해 외친다.
고양, 대구, 광주, 부산을 ‘마 시티’(Ma City)라 부르던 팔도강산의 소년들은 이제 오대양 육대주의 사나이가 됐다.
“네가 어디에 살건/ 내가 어디에 살건/ 한참을 달렸네/ 나 다시 또 한참을 달렸네”(‘Ma City’ 중)
전기적(傳奇的): 기이하여 세상에 전할 만한 것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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