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분리막 생산중단 위기…화장품 용기 재고 두달도 안 남아
플라스틱·알루미늄 원자재값 급등
농심 등 식품 포장재 확보 어려워
에너지·물류 비용까지 상승 압박
호르무즈 봉쇄·고유가 장기화땐
제조업 생산비 최대 11.8%↑ 전망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생산비 상승 압박이 식품·뷰티에서 소재·부품·장비까지 산업계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납사·에폭시수지·잔사유 등의 가격이 최근 급등하면서 식품 포장재는 물론 의류·건자재 생산 중소기업들이 생산 차질과 수익성 악화로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만간 기업들의 원재료 비축분이 바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생산비 인상이 본격화될 모양새다.
19일 식품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라면 업체들이 확보하고 있는 포장재 재고는 한 달 남짓 쓸 수 있는 분량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재고에 여유가 있는 농심은 3개월치를 확보하고 있다. 오뚜기는 자체 비축 없이 협력 업체 재고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의 확보 물량도 약 1개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들은 협력 중소기업들을 통한 포장재 재고 추가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포장재는 물론 납사를 원료로 하는 용기, 캡(뚜껑), 필름(연포장) 등 전방위적인 자재 수급 타격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납사 공급 불안으로 협력 업체의 폴리에틸렌 수지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출고 제한으로 추가 비축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뷰티 업계도 공급망 점검에 분주한 모습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대체 물류 경로 확보와 공급망 안정화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뷰티 업계 관계자는 “주요 용기 업체들이 약 2개월분 원료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생산에는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재료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식품 및 뷰티 업계 부자재의 원재료 상승과 공급 차질 우려는 특정 분야에 그치지 않고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품목으로는 플라스틱·페인트·폴리에스터·아스콘·알루미늄·2차전지 등이 꼽힌다. 해당 품목은 국내 제조업 전반에서 기초 소재로도 쓰이고 있는 만큼 원가 상승이 제품 가격으로 전이돼 물가 인상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 2차전지 장비 제조사 관계자는 “2차전지 분리막 생산에도 석유화학제품이 원재료로 쓰이는 탓에 비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2차전지 산업이 침체기를 지나 본격적인 매출 성장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큰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자재 업계도 비상이다. 페인트와 아스콘 등의 주요 건자재 제품의 생산비 인상이 예상되면서다. 페인트와 아스콘은 각각 에폭시수지와 잔사유(원유 찌꺼기) 등이 필수 원재료로 꼽히는데 이는 유가 인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여기에 전기료와 물류비까지 동반 상승하며 중소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알루미늄 제련 및 가공 업체들은 전기요금 인상 압박까지 더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제지 업계도 종이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를 소모하고 있어 제조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성기태 한국제지연합회 본부장은 “물류비 증가도 문제지만 제지 산업은 제조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산업이라는 점에서 에너지 비용 증가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생산비 폭등을 경고하는 구체적인 전망치도 나왔다. 산업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 생산 비용이 최대 11.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180달러까지 치솟고 LNG 가격이 150~200%가량 오를 경우를 가정한 수치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분석은 에너지 가격의 직접 투입 효과만 반영한 결과”라며 “핵심 원자재의 물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실제 충격은 추정치보다 훨씬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철강·화학·시멘트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을 중심으로 공정 에너지원 다각화와 원료 조달선 분산 전략을 병행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류석 기자 ryupro@sedaily.com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노현영 기자 nonstop@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비싸”…아마존이 ‘속도 양극화’ 택한 이유
- 지방에서 도저히 못 살겠다...“나 서울 다시 갈래” 외치는 청년들 무려
- ‘대출이 필요해’…올 서울 아파트 매매 절반이 9억↓
- “오른다면서요” 가격 폭등하길래 샀는데...훅 떨어지는 금값에 “어쩌나”
- 카카오값 66% 내렸는데 초콜릿은 더 비싸졌다…정부, 제과업계 가격 점검
- SK하이닉스 연봉 58% 뛰었다…인당 1.85억
- SK하이닉스, 엔비디아 협력 과시...프리장서 ‘100만 닉스’ 회복
- “이란 돌아오지 마라, 널 죽일 것”…女축구대표팀, 망명 신청했다가 번복한 이유가
- 불장이 낳은 증권사 ‘연봉킹’...부장 연봉이 CEO의 3배
- “서울 부동산은 자식 물려줘야지” 50·60대 증여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