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염 위궤양 위암 일으키는 ‘이 세균’에...60배나 강력한 항생제?

김영섭 2026. 3. 1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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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구팀 “신약후보물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듣지 않는 내성균 박멸하고 인체 세포 보호”
만성위염·위궤양을 일으키고 위암까지 초래할 수 있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약 60배 강력하게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됐다. 이 물질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들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만성위염·위궤양을 일으키고 위암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3%가 이 세균(박테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약 60배 강력하게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이 개발됐다. 독일 뮌헨공대(TUM) 연구팀은 기존 항생제인 메트로니다졸의 화학 구조를 변경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잘 듣지 않는 내성균까지 박멸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메트로니다졸이 세균 내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세포를 손상시키는 메커니즘을 정밀 분석했다. 연구팀은 메트로니다졸이 세균의 보호막 역할을 하는 두 가지 핵심 단백질(활성산소 해독 효소 단백질, 손상된 단백질을 복구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메트로니다졸의 분자 구조를 최적화한 '에테르 유도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변형된 화합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표적 단백질에 훨씬 더 강력히 결합해 세균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한다. 새 화합물은 기존 표준 균주보다 최대 60배 높은 효능을 보였고,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주들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쥐 대상 실험에서는 매우 낮은 농도만으로도 감염균을 완전히 제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연구 결과(Metronidazole and ether derivatives target Helicobacter pylori via simultaneous stress induction and inhibition)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에 실렸다.

이 신약 후보 물질의 또 다른 장점은 선택적인 공격력에 있다. 기존 항생제와 달리 인체 세포에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으며, 생쥐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표준 치료법보다 훨씬 더 적다. 이번 결과가 앞으로 임상 시험을 통과하면 위암 예방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암 사망 원인 상위권을 차지하며 특히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률이 매우 높다. 위암의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점막에 살면서 암을 일으키는 여러 과정을 주도한다. 이 세균이 내뿜는 독소(CagA, VacA 등)는 위점막 세포를 자극해 만성 위염을 일으킨다. 염증이 지속되면 위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이 발생하고, 이어 위점막 세포가 장 세포처럼 변하는 단계(장상피화생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 세균에 의한 산화 스트레스는 위세포의 DNA를 직접 손상시켜 돌연변이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동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치료의 중심에는 1950년대에 개발된 항생제 메트로니다졸이 있었다. 메트로니다졸은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자라는 혐기성 세균과 기생충 치료에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 항생제는 세균 내부로 침투한 뒤 세균의 효소에 의해 환원되면서 반응성이 매우 높은 활성산소를 생성, 세균의 DNA 나선 구조를 직접 파괴한다.

하지만 최근 임상적 한계와 내성 문제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약물의 환원 과정을 차단하거나 약물을 세포 밖으로 퍼내는 펌프 기능을 강화하면서 내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내성률이 지역에 따라 약 30~50%나 된다.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약물 투여량을 늘리면 오심, 구토, 금속성 맛, 신경 독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며 이는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떨어뜨린다. 유익균까지 사멸시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세균을 죽이는 것을 넘어 정밀 타격과 내성 극복에 집중하는 움직임을 최근 보이고 있다. 우선 환자의 유전자 검사로 항생제 내성 유무를 확인한 뒤 최적의 약물을 선택하는 맞춤형 제균 요법을 도입 중이다. 또한 기존 위산 분비 억제제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을 차단하는 P-CAB(칼슘 경쟁적 위산 분비 차단제)을 항생제와 병용해 제균 성공률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기존 약물의 골격을 유지하면서도 결합력을 극대화한 유도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것보다 임상 진입이 빠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메트로니다졸이 헬리코박터 치료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 아래의 산소가 희박한 곳에 서식하는데, 메트로니다졸은 이런 환경에서 가장 강력한 살균력을 발휘하는 경제적이고 검증된 약물이기 때문입니다.

Q2.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단계에서도 제균 치료가 효과가 있나요?

A2. 네, 그렇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면 위점막의 추가적인 손상을 막고 암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출 수 있으므로 해당 단계에서도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됩니다. 장상피화생 단계는 위벽 세포가 반복적인 염증을 견디다 못해, 아예 소장이나 대장의 세포처럼 모양과 성질이 변해버린 상태입니다.

Q3. 이번에 연구된 에테르 유도체는 언제쯤 상용화될까요?

A3. 현재 생쥐 실험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단계이며, 앞으로 인체 대상 임상 시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종 확인해야 합니다. 임상 과정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수년 내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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