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에너지 생산기지 상호공격 … 석유·가스전 초토화 위기
이스라엘이 가스전 폭격하자
이란 "새로운 단계의 대결"
사우디·카타르 인프라 때려
트럼프 "이란 추가 공격 땐
가스전 전체 폭파할것" 경고
美, 유가안정 조치 곧 발표

중동 전쟁이 상호 에너지 생산시설 공격으로까지 격화됨에 따라 전황이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금까지 삼가왔지만 이제는 추가 공격 가능성마저 거론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되면 유가 급등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폭격한 사우스파르스와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는 이란의 대표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로 꼽힌다. 사우스파르스는 세계 최대의 해상 가스전이며, 아살루예의 파르스특별경제에너지단지(PSEEZ)는 이곳에서 뽑아낸 천연가스를 파이프로 받아 정제·가공하는 곳이다. 아살루예가 있는 부셰르주 당국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의 여러 지구가 시온주의자(이스라엘)와 미국이 쏜 발사체에 맞았다"며 "피격된 지구는 화재 확산을 막기 위해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테헤란 연료탱크를 공격한 적은 있지만, 이란의 에너지 생산시설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다시 공격한다면 이란에 전례 없는 대규모 폭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공격한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도움이나 동의와 관계없이 이란이 전에 본 적이 없는 강력한 힘으로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미국은 이번 공격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카타르 역시 관여하지 않았고, 이란은 부당하게 카타르 LNG 시설을 공격했다"고 몰아세웠다.

이번 공격을 두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이번 공격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며, 그 파장은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썼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에너지 시설 피격 이후 '눈에는 눈' 방식의 보복을 예고하면서 "새로운 단계의 대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실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삼레프 정유소와 주바일 석유화학 단지, 아랍에미리트(UAE)의 알호슨 가스전, 카타르의 최대 LNG 시설 라스라판 산업단지와 석유화학 공장을 지목하며 공격을 경고했다. 카타르 내무부는 이란의 공격으로 북부 해안에 위치한 산업도시 라스라판의 국가 핵심 가스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이란의 공격으로 가스 시설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카타르에너지는 "공격 직후 화재 진압을 위해 비상 대응팀이 즉시 투입됐으나 이미 시설물에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라스라판의 LNG 플랜트는 전 세계 LNG 공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에너지의 고객 약 80%는 아시아다. 라스라판은 지난 2일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이미 LNG 생산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더라도 이번 공습으로 라스라판의 공급 정상화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가가 다시 들썩이자 미국 정부는 1~2일 안에 대응 조치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에서 연설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상승하는 유가 문제를 다루기 위해 "두어 가지 것(조치)을 24~48시간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은 카스피해 일대의 이란 해군을 상대로 공습을 단행했다고 미 CNN 방송이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이래 카스피해에서 타격은 처음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해군 자산과 함정을 파괴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그간의 주요 공습은 이란의 남쪽에 해당하는 오만만과 페르시아만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암살에 대한 보복을 예고했다. 모즈타바는 이날 테헤란에서 엄수된 라리자니의 장례식에 맞춰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이런 인물을 암살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그의 중요성과 더불어 이슬람의 적들이 그에게 품은 증오가 얼마나 깊은지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흘린 피 한 방울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며 "순교자들을 살해한 범죄자들은 머지않아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한상헌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배 3000여척 순식간에 증발”…호르무즈 봉쇄에 선박 통행량 4분의 1토막 - 매일경제
- “내집에서 월세 내고 살라는 거냐”…서울 아파트 매물 2천건 쏟아졌다 - 매일경제
- “진짜 소름, 돈도 내가 다 냈어”…‘모텔 살인’ 김소영과 사진 찍었단 남성 - 매일경제
- “이란 전쟁 방향성 두고 베팅”…거래대금만 1조원 몰린 예측시장 - 매일경제
- “이란, 전쟁 직전 파격적인 합의안 제시”…미국은 외면하고 공습 단행 - 매일경제
- “끄떡없던 한강벨트도 무너진다”…서울 주요 지역서 하락 거래 속출 - 매일경제
- “지금 1개에 1억짜리, 44억 간다고?”…너무 용감한 ‘비트코인’ 전망 - 매일경제
- 이 대통령 “지금은 속도가 생명…전쟁 추경 빠르게 설계해 달라” - 매일경제
- 코스피 5800선 붕괴…유가 급등·파월 매파적 발언에 ‘미끌’ - 매일경제
- 세월을 거스르는 이재성, 시즌 6호골로 팀 승리 이끌어···2경기 연속골 쾌조의 컨디션 - MK스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