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당 평균 이용객 ‘0.98명’…이게 수도권 전철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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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직장인들로 한창 전철역이 북적일 시간대인 16일 아침 8시10분께.
경기 시흥시 월곶동 달월역은 고요했다.
아침 8시10분께부터 9시까지 달월역에서 내린 20명 안팎 승객은 대부분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
달월역은 바로 옆에 한국철도공사 시흥차량사업소를 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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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직장인들로 한창 전철역이 북적일 시간대인 16일 아침 8시10분께. 경기 시흥시 월곶동 달월역은 고요했다. 서울에서 달월역으로 달려온 전동차는 기자를 포함해 4명만 내려두고 인천으로 향했다. 승강장에는 전동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다. 출근 시간대 수도권 전철역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함께 하차한 승객들도 심상치 않았다. 이들은 에스컬레이터 대신 ‘출입금지’ 문구가 선명한 승강장 한쪽으로 이동했다. 잠긴 문 앞에서 인증 절차를 거치더니 차례로 입장했다. 아침 8시10분께부터 9시까지 달월역에서 내린 20명 안팎 승객은 대부분 ‘출입금지’ 구역으로 들어갔다.

비밀기지라도 있는 걸까? 달월역 관계자는 “인근 차고지로 출근하는 분들”이라고 했다. 달월역은 바로 옆에 한국철도공사 시흥차량사업소를 끼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서해선, 수인분당선을 다니는 열차가 점검을 받는 곳이다. 이들이 철도업계 종사자임을 고려하면, 역이 사실상 공공 교통시설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달월역엔 수인분당선 열차가 하루 164회 들른다. 하지만 이 역을 찾은 일평균 이용객은 2026년 1월 162명에 불과했다. 회당 이용객은 0.98명으로 1명이 채 되지 않는다. 수도권에서는 일평균 이용객이 경기 파주에 있는 경의선 임진강역(27명)과 운천역(12명)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적다. 접경지에 있는 임진강·운천역은 운행 횟수가 평일 하루 2회, 주말 4회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운행 횟수별 이용객으로는 달월역이 독보적 꼴찌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달월역 근처에 주민들이 없지는 않다. 달월역은 배곧새도시와 직선으로 약 500m 떨어진 곳에 있다. 배곧새도시는 인구가 7만명이 넘는다. 수인분당선은 인천~시흥~안산~수원~용인~성남~서울을 두루 다니는 주요 노선이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달월역은 배곧새도시와 가깝지만 그 사이에 시흥차량사업소가 있어 도보 접근이 어렵다. 더욱이 배곧새도시와 역을 잇는 연계 대중교통도 없다. 역까지 오는 버스조차 없다는 뜻이다. 역과 새도시 사이를 잇는 고가도로가 만들어졌지만, 안전성 문제로 계단과 승강기가 폐쇄된 상태였다. 역 앞 도로에는 사람 대신 화물차만 오갔다.
상황이 이러니 승객들은 인근 다른 역을 이용한다. 달월역은 월곶역과 오이도역 사이에 있다. 인천으로 가는 승객은 월곶역, 수원·서울로 가는 승객은 오이도역을 주로 이용한다. 월곶역은 대중교통 연계가 잘돼 있고, 오이도역은 도보 접근성이 좋다. 이처럼 월곶역(5185명)과 오이도역(1만3598명)이 일평균 이용객을 늘려가는 동안 달월역은 자연스럽게 잊혔다. 철도 동호인들은 달월역을 “공기 수송역”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아닌 공기만 타고 내린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런 역이 더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도권에 지하철역이 계속 늘어나고, 동네마다 역을 설치해달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인분당선은 인천과 수원을 잇던 협궤열차 노선을 따라 짜였다. 달월역도 협궤열차가 다니던 역이 있던 곳에 관성적으로 만들어졌다. 배곧새도시는 건설 계획조차 없던 때였다. 애초 수요 부족이 예상됐던 셈이다. 이에 2012년 개통 때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은 달월역 무정차를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달월역 이용객이 8천여명은 될 것”이라며 반발하자 지역 여론에 떠밀려 정차를 결정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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