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석유·가스公·광해광업공단 통합 '시동'

남정민/정영효/김익환 2026. 3. 1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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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공급망 위기 대응
자원개발·비축 기능 하나로
공기업 3개사 통폐합 '속도'

정부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자원 개발·비축·공급을 담당하는 공기업의 통폐합을 추진한다. 미·중 패권 경쟁과 각국의 자원 무기화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데 따른 것이다. 

19일 정치권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통폐합 초안에 세 개 회사를 합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석유, 액화천연가스(LNG)뿐 아니라 희토류 등 광물자원 개발과 공급까지 책임지는 종합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2004년 석유공단과 금속광업사업단을 통합해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를 설립했다.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 있는 LNG 저장탱크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석유와 가스는 같은 유전에서 똑같은 기술 방식으로 뽑아내는데 우리나라는 석유는 석유공사, 가스는 가스공사가 맡아 비효율이 크다”며 “광해광업공단까지 세 개 에너지 공기업을 통합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통합을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도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지만 두 회사의 반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위기로 자원 확보와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정부의 통합 의지가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공공기관 통폐합을 논의하는 민간작업반은 배드컴퍼니를 설립해 석유공사의 부실 자산을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가스·희토류' 통합 에너지公, 공급망 전쟁 최전선으로
 석유공사 20兆 부채가 관건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통합은 역대 정부에서 여러 번 추진됐지만 석유공사의 고질적인 재무건전성 문제와 업계 반발 등으로 매번 무산됐다. 이재명 정부에서 두 회사뿐 아니라 한국광해광업공단까지 아우르는 통합이 이뤄지면 자원 민족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에너지 공급망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탄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개편 초안 “석유-가스公 통합”

석유공사와 가스공사의 통폐합 아이디어가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건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이다.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외국계 컨설팅회사까지 고용해 통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 때도 2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시 한번 통합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가장 큰 걸림돌은 부채만 20조원에 달하는 석유공사의 재무구조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가스공사는 양사 통합이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했다. 석유공사는 가스공사로 통합되면 석유 비축 업무가 홀대받을 수 있다는 점을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법에 비축 의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석유 비축을 소홀히 하는 일은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터지고 중국이 희토류 등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글로벌 에너지·자원 시장이 요동쳤다.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해광업공단으로 ‘3원화’돼 있는 국내 에너지·자원 공급 기능 일원화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한 배경이다.

통합이 이뤄진다면 가스공사가 석유공사, 광해광업공단을 흡수한 뒤 각각 본부와 지역본부 체제로 갈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방자치단체 반발을 고려해서다. 예컨대 가스공사 소재지인 대구가 본부가 되고, 석유공사는 울산본부. 광해광업공단은 원주본부가 되는 식이다. 현재 논의의 중심은 우선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통합하는 데 무게가 실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교수는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해광업공단을 모두 합친 형태인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 모델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 가스공사 주주 반발 완화가 관건

정부는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합병 과정에서 상장사인 가스공사의 주주 반발을 완화하는 구조를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석유공사의 자본총계는 -1조871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총차입금만 16조1028억원에 달한다. 2024년부터 비로소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가스공사가 이런 부실기업을 그대로 떠안으면 가스공사 재무구조까지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와 민간작업반은 석유공사를 알짜 자산(굿컴퍼니)과 부실 자산(배드컴퍼니)으로 나누고, 굿컴퍼니만 가스공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건은 굿컴퍼니와 배드컴퍼니에 각각 어떤 자산을 넘길지다. 석유공사의 원유 및 석유제품 비축 사업부문은 알짜 수익을 내고 있다. 2024년 기준 3433억원의 매출에 11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개발 사업부문 중에서도 수익이 높은 자산이 있다. 아부다비 육상 석유 개발사업 지분 30%와 아부다비 알다프라광구 개발사업(KADOC) 지분 75% 등이 대표적이다.

일부 해외 자원개발 등 부실 자산과 차입금 상당액은 배드컴퍼니로 넘길 가능성이 높다. 이후 배드컴퍼니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기거나 청산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금융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배드컴퍼니로 넘긴 차입금은 정부가 상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정민/정영효/김익환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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