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린 적대적 M&A…기업들 경영권 방어 고심 깊어진다 [시그널INSIDE]

이덕연 기자 2026. 3. 19. 17:4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A 제안받으면 공시 의무화
주주충실의무상 거절 어려울듯
차등의결권 등 방어 수단 없어
효성重 주총서 ‘이사수 축소’ 부결

이 기사는 2026년 3월 19일 17:10 자본시장 나침반  '시그널(Signal)' 에 표출됐습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 연합뉴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명시된 데다 앞으로는 인수합병(M&A) 공시 규정이 강화될 예정이어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한층 어려워지게 됐다. 그동안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경쟁 기업의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 기업들은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을 부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패막이 없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수위도 높아져 기업들은 점차 코너로 몰리는 모습이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M&A를 통한 저성과 기업 퇴출 유도 방안’ 발표 이후 기업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법무법인에 적대적 M&A를 방지하기 위한 자문을 요청하는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의 핵심은 M&A 관련 공시 강화로, 앞으로 기업들은 인수 가격과 자금 조달 방안이 명시된 구체적인 M&A 제안을 받으면 이를 공시해 알려야 한다. 현재 주가보다 M&A 단가가 높고 소수 주주 보유분에 대한 공개매수 계획이 명시돼 있을 경우 이를 거절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관계자는 “주가가 저평가돼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이 낮은 기업일 수록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관련 대비를 하려는 문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올해 9월까지 정부 입법을 통해 적대적 M&A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할 계획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주가보다 높은 단가로 인수 제안이 오더라도 이사회가 이를 거부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관련 공시가 의무화되면 높은 가격의 제안을 거절했을 때 소수 주주의 반발이 일 수 있고, 이사 주주충실의무와 관련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새로운 제도가 기업들의 자발적인 밸류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낮게 유지되면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방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에 주가 부양 유인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번 제도의 취지는 구조조정 그 자체보다는 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기업들의 선제적인 밸류업 강화에 있을 것”이라며 “주주충실의무상 주가보다 높은 가격의 제안을 이사들이 거절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주가 자체를 높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적대적 M&A를 활성화하면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상장사 대표는 “주가는 마음대로 높이거나 내리기 어렵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이 부족한 상황에서 적대적 M&A를 활성화하면 기업 활동이 과도하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 주주가 소외될 우려가 있는 기업들의 정관 변경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반대표를 행사했다. 대표적으로 효성중공업은 이날 정기 주총에서 이사 정원을 3~16명에서 3~9명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안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됐다. 이사진 정원 축소안은 집중투표제 등 개정 상법에 따른 소수 주주 지지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막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만큼 경영권 방어막이 약화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