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지켰지만 이용은 불편”…장애인단체, 민주주의전당 장애인 접근성 미비 지적

최석환 기자 2026. 3. 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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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기준 충족했지만
실제 이용에는 제약 많아
“비장애인 중심적 설계”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경남도민일보 DB

경남 장애인 단체가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 시설 점검 결과를 내놨다. 요약하면 전당이 법적 기준만 상당 부분 충족할 뿐, 장애인 이용 접근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비장애인 중심 설계'라는 평가다.

장애인권익옹호활동단 삼별초는 지난 14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을 찾아 전시 시설 전반을 점검했다. 남정우 삼별초 대표를 포함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 3명이 참여했다.

점검 결과 시설 전반은 장애인 이용 관련 법적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렇지만 실제 이용 환경에서는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가 다수 확인됐다. 장애인 화장실이 대표적이다. 공간 크기와 구조는 기준을 따랐지만,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면 세면대에 걸려 회전이 쉽지 않다. 공간이 비좁아 이용이 불편하다는 의미다.

건물 구조 역시 장애인 이용에 제약이 많았다. 전당은 엘리베이터 중심 이동 체계를 갖춘 반면에, 하늘정원으로 이어지는 계단과 도서관 어린이 이용 공간 등에는 경사로를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는 해당 공간 접근이 제한된다. 또한 교육 영상실 무대도 높낮이 차 문제가 있었지만, 경사로가 없어 이용이 어렵다.
남정우 삼별초 대표가 민주주의전당 장애인 화장실을 점검하고 있다. /삼별초

시각장애인 이동·안내 시설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차장에서 주 출입구까지 전시실과 화장실, 계단 위치 등을 안내하는 점자 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다. 층별 안내도에도 점자가 없다. 강의실과 각종 공간 출입문 위치를 알 수 있는 유도 체계도 부재하다. 시각장애인 이동 자체가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정보 접근권 보장 역시 미흡했다. 전시 설명과 프로그램 안내는 문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점자 안내나 음성 해설은 제공되지 않았다. 영상물에는 수어 통역이 포함되지 않았다. 전시 해설도 청각 장애인 별도 지원이 없다. 특히 전당 내부 도서관에는 시각장애인 자료 열람을 지원하는 독서확대기가 빠져 있다.

세부 시설에서도 장애인 이용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점이 확인됐다. 1층 물품 보관함에는 점자 표기가 없어 사실상 시각장애인은 이용이 어렵다. 안내 리플릿에도 음성 변환 코드가 포함돼 있지 않다. 3층 정보 단말기는 휠체어 이용자 높이에 맞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비구술적 수단(그림·사진 등)을 활용해 발달장애인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표지(AAC)도 전당에 설치돼 있지 않다.

이 밖에 출입 안내 체계도 문제였다. 전당 출입구에는 반려견 출입 금지 표시가 부착돼 있지만, 장애인 안내견 허용 안내가 충분하지 않다. 비상 상황 대응체계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건물 내부에 경사로가 거의 없어 화재 등 상황에서 휠체어 이용자 대피가 어렵다. 또한 별도 안전 구역이나 대피 동선 안내도 부족하다. 재난 상황 장애인 안전이 충분히 고려돼 않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점검 결과는 단순 편의시설 부족을 넘어, 시설 설계 단계에서 장애인 접근권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남정우 대표는 "편의 증진법 등 관련 법령 기준을 일부 충족했다고 해서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법 취지와 인권적 관점이 반영되지 않은 채 수치적 기준만 맞춘 결과"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전당은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말도 강조했다. 남 대표는 "장애인이 배제된 공간은 민주주의 정신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며 "시설 접근성과 정보 이용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뿐 아니라 여성, 노동자, 청소년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역사도 함께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당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창원시는 추후 미비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최석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