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 집착 버려야”…학계, 임대 안정·공급 예측성에 방점

김지영 기자 2026. 3. 19.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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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학회 ‘주택정책 회고와 미래 방향’ 토론회
“가격 자체 정책 목표로 삼지 말아야”

19일 한국주택학회가 개최한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바향' 라운드테이블 토론회 기념사진.(김지영 기자 kjy42)

부동산 학계가 주택정책의 목표를 ‘집값 안정’에 과도하게 두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가격을 직접 통제하려는 단기 처방보다는 내 집 마련 지원과 임대시장 안정, 예측 가능한 공급 정책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19일 한국주택학회가 ‘한국의 주택정책에 대한 회고와 미래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라운드테이블 토론회에서 손재영 건국대 명예교수는 한국 주택정책의 큰 흐름을 ‘투기 억제를 통한 수요 억제’와 ‘대량 공급’의 두 축으로 정리하며 전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손 교수는 “1960년대부터 투기 억제 정책을 60년 동안 반복했는데도 집값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부동산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세제와 금융 규제를 동원해온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주택자나 유휴지 보유 등을 일률적으로 투기로 규정하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정부가 국민 재산권에 지나치게 개입해 시장 혼란과 불편을 키워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영 명지대 교수도 “가격 안정 자체를 정책 목표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내 집 마련 지원과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 안정”이라며 “이를 꾸준히 추진하면 결과적으로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장기·저리 금융 지원을 제도화하고 공공임대 확대 기조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임대시장과 관련해서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다주택자까지 일괄 규제하는 시각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임대시장 안정을 위한 제도 설계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의철 건국대 교수는 주택이 소비재이면서 동시에 자산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 만큼 정책 설계 역시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과거처럼 대량 공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가 됐고 수요 계층도 훨씬 세분화됐다”며 “정책이 패키지 형태로 복합적으로 제시되다 보니 개별 정책 효과를 엄밀히 분석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주택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예측 가능성”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크게 흔들리면 가계가 장기적인 주거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조만 서강대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어 한국 주택정책도 장기적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OECD 국가들 가운데 집값 안정을 주택정책의 명시적 목표로 내세우는 나라는 많지 않다”며 “대부분 적정한 주택 공급과 주거 부담 완화,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와 미국 사례를 언급하며 “생애 최초 구입자 지원처럼 정권과 무관하게 장기간 유지되는 정책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선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 공급 확대 필요성도 공통적으로 제기됐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한국주택학회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세미나 시리즈의 첫 번째 행사다. 학회는 올해 특별세미나를 순차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주택정책의 주요 쟁점을 다각도로 조망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