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살인 계획 위해 배달원 복장으로 수시로 아파트 드나들어 (영상)
배송 기사 사칭해 초인종 눌러
범행 대상자 거주지 일일이 확인

부산에서 현직 항공사 기장을 살해하고, 경기 고양과 경남 창원에서도 같은 항공사 기장을 노려 범행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50대 전직 부기장(부산일보 3월 18일 자 8면 등 보도)이 택배기사로 가장해 피해자들의 자택 주소를 파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약 3년간 범행 대상 4명을 추적하며 동선을 분석했고, 최근 수개월간 동안에는 택배 배달원을 사칭해 주거지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19일 <부산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살인 혐의로 지난 17일 검거된 50대 남성 A 씨는 배송업체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해 약 6개월 동안 모 항공사 기장 4명 자택을 방문했다. A 씨는 약 3년 동안 이들 범행 계획 대상자 4명을 미행해 왔다. 퇴근길에 자차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들을 따라가며 자택 위치를 파악했다. 그러다 이들의 상세 주소를 알아내고자 범행 약 6개월 전부터는 배송업체 직원으로 위장했다.
A 씨는 택배기사로 보이도록 복장을 갖추고 물품을 들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이어 각 세대의 초인종을 눌러 범행 대상자의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을 배송업체 직원이라고 밝히며 해당 인물이 이곳에 거주하는지 주민들에게 물어봤다. A 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범행 대상 4명의 자택을 반복 방문하며 범행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
범행이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아파트 보안이 철저한 편이어서 외부인이 공동 현관으로 쉽게 들어갈 수 없다”면서도 “범인이 경비업체의 눈을 속이기 위해 택배기사로 위장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17일 오전 5시 30분께 이 아파트에서 모 항공사 소속 50대 기장 B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그는 같은 항공사 소속 기장 C 씨도 살해하기 위해 경남 창원으로 이동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앞서 A 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한 주거지에서도 또 다른 기장 D 씨를 습격해 도구로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A 씨의 범행은 D 씨의 강한 저항으로 실패했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0일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법원은 이날 심문에서 B 씨 살해 혐의에 한해 구속 필요성을 판단할 예정이다. A 씨의 일산 지역 또 다른 기장 D 씨 살해 시도 혐의(살인미수)는 부산진경찰서가 고양 일산서부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뒤 본격 수사에 나설 전망이다.
한편 지난 17일 오후 8시께 울산 남구의 한 모텔에서 긴급 체포된 A 씨는 현재 부산진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거 당시 모텔에서 샤워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A 씨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감 첫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정도로 제대로 잠에 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끼니는 거르지 않고 있으며, 수감 중 추가 요구 사항을 제시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